- 캐나다 연안서 범고래와 돌고래 협력 사냥 첫 과학적 기록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연안에서 범고래와 돌고래가 함께 연어를 사냥하는 모습이 과학적으로 처음 확인되며 해양 생태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천적 관계’로 인식돼 온 두 종이 예상과 달리 협력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점에서 기존 인식을 뒤흔드는 발견이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는 12월 11일(현지 시각) 태평양흰줄무늬돌고래와 북부 거주 범고래가 공동으로 연어를 포획하는 행동을 관찰·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는 달하우지대학교,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하카이 연구소 등 캐나다와 유럽의 여러 연구기관 소속 해양 생물학자들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브리티시컬럼비아 북동부 해역에서 장기간 현장 관측과 영상 분석을 진행하며 두 종이 하나의 무리처럼 움직여 연어 떼를 몰고 사냥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 돌고래가 연어의 이동 경로를 좁히면 범고래가 결정적인 순간에 포획에 나서는 역할 분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범고래는 최상위 포식자로서 돌고래를 공격한 사례가 보고된 종이기 때문에 이러한 협력적 행동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먹이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 서로 다른 종이 전략적으로 협력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해양 포유류 간 사회적 관계에 대한 기존 관점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사라 포춘 달하우지대 해양학과 조교수는 “돌고래와 범고래가 단순히 같은 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함께 잠수하며 사냥하는 모습을 본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두 종의 인지 능력과 사회적 유연성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20년 8월 중순부터 약 2주간 범고래 등에 흡착식 태그를 부착해 수중 카메라와 음향 기록 장비로 행동을 추적했고 드론을 활용해 수면 위 움직임도 관찰했다. 이 기간 동안 돌고래와 범고래의 상호작용은 총 258차례 기록됐다.
분석 결과 범고래는 돌고래를 따라 최대 수심 60미터까지 잠수하며 치누크 연어를 사냥했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깊은 수심에서도 수중 카메라는 범고래가 연어를 포획하는 장면을 포착했고 음향 기록을 통해 사냥 과정과 성공 여부까지 추정할 수 있었다. 특히 두 종이 내는 반향 위치 탐지 클릭 소리는 범고래가 적극적인 사냥 단계에 들어갔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과학자들은 이 협력 관계에서 돌고래가 ‘정찰자’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돌고래는 넓은 범위에서 연어의 위치를 탐지할 수 있는 뛰어난 반향 위치 탐지 능력을 지니고 있어 범고래가 깊은 곳으로 숨어드는 연어를 찾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여줄 수 있다.
돌고래 역시 이 관계에서 이점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범고래가 연어를 잡아 무리와 나누는 과정에서 돌고래는 남은 먹이를 섭취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안전 측면에서 이익이 크다. 이 지역에는 해양 포유류를 사냥하는 일시적 범고래도 서식하는데 연어만을 먹는 북부 거주 범고래와 함께 있으면 돌고래가 다른 포식자로부터 보호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모든 전문가가 이를 ‘진정한 협력 사냥’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 해양 보전 단체 오션 와이즈의 브리트니 비소나-켈리는 과거에도 유사한 상호작용이 관찰됐다며, 범고래가 돌고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기보다는 돌고래의 접근을 묵인한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쪽은 돌고래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돌고래가 수면에서 남은 먹이를 먹는 수준을 넘어 범고래와 함께 깊은 수심까지 잠수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들였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상호작용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관찰 기간 동안 범고래가 돌고래에게 공격적이거나 회피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애리조나대학교의 생태·진화생물학자 주디스 브론스타인 교수는 이번 사례를 포유류에서 드문 종 간 협력의 흥미로운 예로 평가했다. 그녀는 “서로 다른 종이 각자의 능력을 결합해 비용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때 이러한 행동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수중 영상과 음향 데이터를 결합해 해양 포유류 간 복잡한 관계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범고래와 돌고래의 관계가 단순한 적대가 아닌 환경과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협력일 수 있음을 보여주며 해양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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