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구진이 수행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말은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을 냄새를 통해 감지할 수 있으며, 이러한 냄새가 말의 행동과 생리적 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프랑스 승마연구소(IFCE)의 플로틴 자르다트(Flotine Jardat) 연구원이 주도하고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INRAE)의 레아 랑사드(Léa Lansade) 연구책임자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으며, 2026년 1월 14일(수요일) 국제 오픈액세스 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됐다.
그동안 말이 인간의 감정을 인식한다는 사실은 주로 표정이나 목소리 같은 시각·청각 신호를 통해 연구돼 왔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이 후각 신호, 즉 체취를 통해 말에게 전달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실험적 검증이 어려워 가설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의 감정이 화학적 신호로 말에게 전달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인간 참가자들에게 공포를 유발하는 영상과 즐거운 영상 그리고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영상을 보여주면서 겨드랑이에 면 패드를 부착해 체취 샘플을 수집했다. 겨드랑이는 감정 상태에 따라 냄새 유발 화합물이 분비되는 대표적인 부위다. 수집된 패드는 오염을 막기 위해 냉동 보관됐고 이후 43마리의 암말에게 작은 그물 형태로 콧구멍 주변에 부착돼 냄새만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말들은 실험자들에게 익숙한 환경에서 다양한 행동 테스트를 받았다.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다가오는지, 낯선 물체를 탐색하는지, 혹은 우산이 갑자기 펼쳐지는 상황에서 얼마나 쉽게 놀라는지를 관찰했다. 동시에 연구진은 말들의 심박수와 타액 내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해 스트레스 수준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분명했다. 공포 영상을 본 인간의 체취 냄새에 노출된 말들은 다른 조건에 비해 더 쉽게 놀라고 사람에게 접근하거나 새로운 대상에 호기심을 보이는 행동이 감소했다. 생리적으로도 스트레스 반응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즐거운 감정이나 중립적인 상태에서 채취한 냄새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주 저자인 플로틴 자르다트 연구원은 “말은 인간의 소리나 표정을 볼 수 없더라도 냄새만으로 우리의 감정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며, 특히 인간에게서 나는 불안하고 불쾌한 냄새가 말의 경계 반응을 증폭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또한 인간이 일상에서 후각 정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화학적 소통이 그동안 간과돼 왔다고 덧붙였다.
공동 저자인 레아 랑사드 연구책임자는 이번 연구가 인간과 말 사이에서 감정이 전달되는 ‘종간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 의 중요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는 인간의 감정이 단순한 행동 신호를 넘어 화학적 형태로도 다른 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는 말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논문은 조련사나 기수의 감정 상태가 말에게 화학 신호로 전달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말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회피하는 초식동물로, 후각·시각·청각을 종합해 주변 환경의 위험 수준을 판단하기 때문에 인간의 불안이나 공포는 말에게 잠재적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왕립수의사협회(RCVS) 소속 수의행동의학 전문의 젬마 피어슨(Gemma Pearson) 은 이번 연구에 대해 “말 행동 연구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매우 탄탄한 연구”라고 평가하며, 교란 변수를 세심하게 통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실제 상황에서 말은 특정 냄새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 여러 감각 정보를 종합해 판단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향후 인간이 특정 감정을 경험할 때 생성되는 구체적인 화학 물질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공포뿐 아니라 슬픔이나 혐오 같은 다른 감정에서도 유사한 화학적 소통이 이루어지는지를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다. 자르다트 연구원은 “말이 인간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감정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냄새를 구별하고 그에 의미를 부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과 말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며, 감정이 언어와 표정을 넘어 냄새라는 보이지 않는 신호로도 전달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보여준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BEST 뉴스
-
국민 10명 중 4명 토지 보유… 개인 토지소유자 2012만 명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약 40%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개인 토지소유자는 2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토지 보유 면적은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말 ... -
문체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패러게임' 준비단 출범…선수단 안전·편의 지원 본격화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공식 로고 [사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는 9월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아시안 패러게임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선수단과 대회 관람객의 안전 및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 준비단을 ... -
5억3900만 년 기후의 비밀 풀었다… “지구는 스스로 온도를 조절해 왔다”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지구는 지난 5억3900만 년 동안 빙하기와 초온난기를 반복하면서도 전체 평균기온을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암석 속에 남겨진 화학적 흔적과 첨단 기후모델을 결합해... -
서울시-메가MGC커피, 커피박 재활용 활성화 협약
▲ 왼쪽부터) 이호민 메가커피 CMO(chief marketing officer), 윤재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카페에서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인 커피박(커피를 추출한 뒤 남는 부산물)의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프랜차이즈 업계와 손을 잡았다. 서울시는 지난 7월 30일 ... -
상반기 신규 등록 차량 23%가 전기차…친환경차 395만 대 돌파
▲ 충전중인 전기차 [사진=ESG코리아뉴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 자동차 4대 가운데 1대에 가까운 차량이 전기차였으며, 친환경차 누적 등록 대수는 처음으로 395만 대를 넘어섰다. ... -
지단, 프랑스 축구 새 사령탑 선임…한국은 감독 선임 논란에 청문회까지
▲ 프랑스축구연맹(FFF)이 프랑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지네딘 지단을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공식 선임했다. [사진=Pinterest] 프랑스축구연맹(FFF)이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지네딘 지단을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공식 선임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