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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 냄새는 말의 행동과 생리에 영향을 미친다((Human emotional odours influence horses’ behaviour and physiology)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1.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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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말이 발을 구르고 있다. [사진=Helena Lopes]


프랑스 연구진이 수행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말은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을 냄새를 통해 감지할 수 있으며, 이러한 냄새가 말의 행동과 생리적 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프랑스 승마연구소(IFCE)의 플로틴 자르다트(Flotine Jardat) 연구원이 주도하고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INRAE)의 레아 랑사드(Léa Lansade) 연구책임자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으며, 2026년 1월 14일(수요일) 국제 오픈액세스 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됐다.


그동안 말이 인간의 감정을 인식한다는 사실은 주로 표정이나 목소리 같은 시각·청각 신호를 통해 연구돼 왔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이 후각 신호, 즉 체취를 통해 말에게 전달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실험적 검증이 어려워 가설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의 감정이 화학적 신호로 말에게 전달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인간 참가자들에게 공포를 유발하는 영상과 즐거운 영상 그리고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영상을 보여주면서 겨드랑이에 면 패드를 부착해 체취 샘플을 수집했다. 겨드랑이는 감정 상태에 따라 냄새 유발 화합물이 분비되는 대표적인 부위다. 수집된 패드는 오염을 막기 위해 냉동 보관됐고 이후 43마리의 암말에게 작은 그물 형태로 콧구멍 주변에 부착돼 냄새만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말들은 실험자들에게 익숙한 환경에서 다양한 행동 테스트를 받았다.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다가오는지, 낯선 물체를 탐색하는지, 혹은 우산이 갑자기 펼쳐지는 상황에서 얼마나 쉽게 놀라는지를 관찰했다. 동시에 연구진은 말들의 심박수와 타액 내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해 스트레스 수준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분명했다. 공포 영상을 본 인간의 체취 냄새에 노출된 말들은 다른 조건에 비해 더 쉽게 놀라고 사람에게 접근하거나 새로운 대상에 호기심을 보이는 행동이 감소했다. 생리적으로도 스트레스 반응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즐거운 감정이나 중립적인 상태에서 채취한 냄새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주 저자인 플로틴 자르다트 연구원은 “말은 인간의 소리나 표정을 볼 수 없더라도 냄새만으로 우리의 감정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며, 특히 인간에게서 나는 불안하고 불쾌한 냄새가 말의 경계 반응을 증폭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또한 인간이 일상에서 후각 정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화학적 소통이 그동안 간과돼 왔다고 덧붙였다.


공동 저자인 레아 랑사드 연구책임자는 이번 연구가 인간과 말 사이에서 감정이 전달되는 ‘종간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 의 중요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는 인간의 감정이 단순한 행동 신호를 넘어 화학적 형태로도 다른 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는 말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실질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논문은 조련사나 기수의 감정 상태가 말에게 화학 신호로 전달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말은 본능적으로 위협을 회피하는 초식동물로, 후각·시각·청각을 종합해 주변 환경의 위험 수준을 판단하기 때문에 인간의 불안이나 공포는 말에게 잠재적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왕립수의사협회(RCVS) 소속 수의행동의학 전문의 젬마 피어슨(Gemma Pearson) 은 이번 연구에 대해 “말 행동 연구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매우 탄탄한 연구”라고 평가하며, 교란 변수를 세심하게 통제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실제 상황에서 말은 특정 냄새 하나에만 의존하기보다 여러 감각 정보를 종합해 판단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향후 인간이 특정 감정을 경험할 때 생성되는 구체적인 화학 물질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공포뿐 아니라 슬픔이나 혐오 같은 다른 감정에서도 유사한 화학적 소통이 이루어지는지를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다. 자르다트 연구원은 “말이 인간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감정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냄새를 구별하고 그에 의미를 부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과 말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며, 감정이 언어와 표정을 넘어 냄새라는 보이지 않는 신호로도 전달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보여준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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