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기후·기상 연구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 의회가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미항공우주국(NASA)의 핵심 과학 연구 기능을 유지하려는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예산 갈등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에서 과학과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NOAA와 NASA를 비롯한 연방 과학 기관의 연구비를 대폭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NOAA의 경우 기후변화와 극한기상 연구를 담당하는 해양대기연구국(OAR)을 포함해 사실상 모든 연구소를 폐쇄하는 방안이 제안되었고 기상·기후 위성 프로그램과 이미 진행 중인 임무까지 취소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NASA 역시 과학 임무 예산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추적하는 지구 관측 위성 등 주요 기후 관측 프로젝트를 중단하려 했다.
그러나 의회는 이러한 예산 삭감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기후 과학과 기상 예측 체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원은 상무부와 국무부 등을 포함한 세출 법안을 통과시키며 NOAA와 NASA의 과학 연구 예산을 유지하는 방향을 선택했고 상원 역시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NOAA와 NASA의 전체 예산이 크게 늘지는 않더라도 과학계가 우려해온 급격한 삭감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회 예산안에는 행정부가 전면 폐지를 요구했던 NOAA 해양대기연구국에 대한 예산이 다시 포함됐다. 이 부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미국 전역의 연구소 네트워크를 통해 기후변화와 극한기상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수행하는 핵심 조직이다. NASA의 경우에도 최고 수준의 기후 관측 및 컴퓨터 모델링 연구를 담당하는 고다드 우주 연구소를 유지하도록 명시하며 행정부의 폐쇄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의회는 또한 국립기상청(NWS)의 인력 부족 문제에도 주목했다. 최근 예산 축소와 인력 이탈로 인해 기상청 전반에 공석이 늘어나면서 정확한 예보와 재난 대응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알래스카를 강타한 대형 폭풍에 대한 예보가 충분히 정확하지 못했던 배경에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이에 따라 의회는 기상청 예산을 소폭 증액하고 행정부가 NOAA의 핵심 임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인력 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번 사안을 두고 과학자들과 전직 정부 관계자들은 의회의 결정이 최소한의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기후변화와 극한기상은 점점 더 복잡하고 파괴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단순히 기존 수준의 예산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과학적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미국의 국제적 역할 약화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변화 연구 예산을 줄이는 동시에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국제 기후 협약에서 탈퇴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기후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국경을 초월한 문제인 만큼 한 국가의 과학 연구 축소와 국제 협력 이탈은 전 세계 대응 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상 관측과 기후 모델링, 온실가스 모니터링은 여러 나라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동 연구를 수행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미국이 NOAA와 NASA를 통해 축적해 온 방대한 관측 자료와 연구 성과는 국제 기후 과학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돼 왔다.
결국 이번 예산 논쟁은 미국 내부의 정치적 갈등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에서 과학의 역할과 국제사회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 삭감 시도에 제동을 걸면서 최소한의 연구 기반은 지켜질 가능성이 커졌지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향후 과제는 분명하다. 과학 연구에 대한 안정적 투자와 더불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복원하고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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