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코리아뉴스 라이프팀은 세계 최고의 와이너리를 선정해 연재하는 ‘레드의 유혹’ 기획을 통해, 와인이 단순한 음료를 넘어 자연·사람·문화가 응축된 결정체임을 조명하고 있다. 여덟 번째 주인공은 프랑스 보르도 그라브(Graves) 지역의 상징적 존재이자, 지속 가능성과 럭셔리 와인 투어리즘을 동시에 완성한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Château Smith Haut Lafitte)이다.
700년 역사의 테루아, 그리고 지난 30년의 혁신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의 역사는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르도 남쪽 페삭-레오냥(Pessac-Léognan) 아펠라시옹의 자갈 섞인 토양은 일찍이 ‘라피트(Lafitte, 자갈 언덕)’라 불리며 뛰어난 배수성과 열 저장 능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샤토를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만든 결정적 전환점은 1990년, 프랑스 전 국가대표 알파인 스키 선수 출신 사업가 다니엘 카티아르(Daniel Cathiard)와 그의 아내 플로랑스 카티아르(Florence Cathiard)가 이곳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 부부는 “위대한 테루아에 걸맞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는 명확한 에토스를 세우고, 전통과 기술, 자연과 럭셔리를 과감히 결합했다.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그리고 말이 일구는 포도밭
오늘날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의 포도밭을 거닐다 보면, 보르도의 다른 그랑 크뤼 샤토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대형 농기계 대신 시레 말(Shire horse)이 밭을 갈고, 주변에는 숲과 과수원, 벌통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이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다. 샤토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기반으로 토양의 생명력을 회복하고, 포도나무의 뿌리가 더 깊이 내려가도록 돕는다. 생물다양성 증진은 와인의 복합미를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인 토지 보존과 탄소 발자국 감소로 이어진다.
기술이 자연을 읽다... 위성 이미지와 맞춤 수확
‘자연주의’라는 말이 결코 기술을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는 위성 이미지 분석을 통해 포도밭 각 플롯의 성숙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덕분에 수확은 날짜가 아닌 토양과 포도 상태에 따라 구획별로 진행된다.
수확된 포도는 다시 한 번 독특한 보호를 받는다. 다니엘 카티아르가 히말라야 셰르파의 장비에서 영감을 받아 직접 고안한 인체공학적 보호 후드를 씌운 채 양조장으로 이동한다. 이는 햇빛과 산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다.
자체 쿠퍼러지, 오크까지 통제하는 집요함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는 자체 오크통 제작 시설(쿠퍼러지)을 보유한 몇 안 되는 보르도 샤토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오크의 산지, 토스팅 정도, 와인과의 접촉 시간을 미세 단위까지 조절한다.
이러한 집요함은 레드와 화이트 모두에서 드러난다.
이곳의 와인은 보르도 7개 전통 품종을 활용한 블렌딩으로, 힘과 우아함, 구조와 긴 여운을 동시에 갖춘 것이 특징이다.
와인을 넘어선 라이프스타일 제국
카티아르 가문의 비전은 와이너리 울타리를 넘어 확장된다.
두 딸 역시 각자의 영역에서 샤토의 철학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마틸드 카티아르(Mathilde Cathiard): 포도씨와 덩굴 추출물을 활용한 화장품 브랜드 코달리(Caudalie)를 설립,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웠다.
알리스 카티아르(Alice Cathiard): 샤토 내 럭셔리 호텔 레 수르스 드 코달리(Les Sources de Caudalie)를 운영하고 있다.
포도밭 한가운데서 누리는 5성급 체류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를 방문한다면 하루 일정은 아쉽다.
포도밭 중심에 자리한 레 수르스 드 코달리는 목조 프레임의 전통 건축미와 현대적 럭셔리를 결합한 5성급 호텔이다.
이곳에서는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라 그랑 비뉴(La Grand’Vigne)’를 비롯해 전원적인 분위기의 ‘라 타블 뒤 라부아르(La Table du Lavoir)’에서 미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코달리 비노테라피 스파와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 센터, 테니스 코트는 물론 와인 바와 숍까지 갖추고 있어, 머무는 동안 일상에서 벗어나 와인과 함께하는 삶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오랑주리 시음실과 숨겨진 지하 셀러
당일 방문객이라면 오랑주리(Orangerie)에 위치한 테이스팅 룸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바닥이 열리며 드러나는 비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샤토의 희귀 빈티지 컬렉션이 은은한 조명 아래 전시돼 있다. 이 장면은 많은 여행 잡지에서 “보르도 최고의 순간”으로 꼽힌다.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 방문 정보
위치
프랑스 누벨아키텐(New Aquitaine)
보르도 남쪽 페삭-레오냥(Pessac-Léognan) 아펠라시옹
주요 와인 스타일
그랑 크뤼 클라쎄 레드 & 화이트 보르도 블렌드
추천 와인
Château Smith Haut Lafitte Rouge
Château Smith Haut Lafitte Blanc
Les Hauts de Smith (세컨드 와인)
찾아가는 방법
보르도 시내 출발
보르도 생장역(Gare Saint-Jean) 기준
차량으로 약 25~30분 소요
A62 또는 D1089 이용 후 마르티약(Martiganc) 방면 이동
대중교통
보르도 시내에서 페삭(Pessac) 또는 레오냥(Léognan)까지 이동 후 택시 또는 사전 예약 차량 추천
※ 와이너리 투어와 시음, 호텔 및 레스토랑은 사전 예약 필수
보르도의 미래를 현재로 끌어온 샤토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는 단순히 ‘좋은 와인’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이곳은 테루아에 대한 존중, 인간의 집념, 기술과 자연의 균형이 어떻게 하나의 완성된 경험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보르도의 전통은 이곳에서 과거가 아닌 현재형으로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포도밭을 걷는 말과, 땅의 숨결을 듣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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