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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지구 ⑪] 과학은 경고하고, 정책은 지연된다… ‘넷제로’를 넘어선 전환의 시간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2.1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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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배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 [사진=Ion Ceban @ionelceban]

 

ESG코리아뉴스는 ‘탄소 이후의 세계,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기후위기와 탈탄소 전환이 우리의 일상과 기업, 그리고 국가 경쟁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짚어보는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 이슈에 머물지 않고 ESG 경영과 투자, 산업 구조와 소비 방식까지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세계 각국의 정책 변화와 해외 주요 연구, 국제 학술 논문 분석을 토대로 본 연재는 탄소 중심 경제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선택과 과제를 "지속가능한 지구"라는 내용으로 쉽고 명확하게 풀어간다.

 

탄소 이후의 세계,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2026년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크게 상승한 상태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주요 기후 연구기관들은 최근 수년간 기록적인 온실가스 농도와 평균기온 상승을 보고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현실이 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다수의 연구는 지구 시스템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가능성을 경고한다. 북극 해빙 감소, 열대우림 약화, 영구동토층 해빙 등은 서로 연결된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배출 감축의 속도가 결정적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넷제로’만으로 충분한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석탄·석유·가스 사용을 급격히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유럽연합(EU) 역시 화석연료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단순한 ‘순배출 0’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대기에 축적된 탄소를 제거하지 않으면 1.5℃ 목표 달성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탄소포집·저장(CCS), 직접공기포집(DAC), 대규모 조림 등 이른바 ‘네거티브 배출 기술’이 정책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


문제는 비용과 실행 가능성이다. 기술은 발전 중이지만 상용화 규모와 경제성은 아직 불확실하다.


경제 질서의 재편


탄소 이후의 세계는 단순한 에너지 전환을 넘어 세계 경제의 규칙과 권력 구조 자체를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금융, 무역, 산업, 고용을 포괄하는 거대한 경제 질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탄소 가격제는 시장의 작동 원리를 바꾸는 핵심 장치다. 탄소배출에 가격을 부과하는 순간, 오랫동안 ‘외부비용’으로 처리되던 환경 비용이 기업의 재무제표 안으로 편입된다. 이는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 기술 혁신 방향, 생산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탄소집약적 산업은 비용 상승 압박을 받는 반면, 저탄소 기술과 에너지 효율 산업은 상대적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자본은 점차 고탄소 산업에서 이탈하고, 친환경 산업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경탄소조정제도(CBAM)와 같은 무역 장벽이 더해지면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탄소 규제가 강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의 ‘탄소 누출’을 막기 위한 제도지만, 동시에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촉진하는 요인이 된다. 기업들은 단순히 생산비가 낮은 지역이 아니라, 탄소 규제가 안정적이고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을 선택하게 된다. 탄소 배출이 새로운 무역 비용으로 작용하면서, 국제 경쟁력의 기준이 가격과 품질을 넘어 탄소 집약도로 확장되고 있다.


또한 ESG 공시 의무화, 녹색금융 분류체계(택소노미), 지속가능성 기준 강화는 자본시장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연기금과 글로벌 투자기관은 기후 리스크를 재무 리스크로 인식하며, 기업의 탄소 감축 계획과 기후 대응 전략을 중요한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관리 차원이 아니라,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구조적 변화다. 기후 대응에 소극적인 기업은 자본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투자 접근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배터리, 수소 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규모의 경제가 맞물리며 비용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관련 일자리 역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성장의 이면에는 구조적 전환의 충격이 존재한다. 석탄 발전소, 정유 산업,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 기반한 지역 경제는 일자리 감소와 산업 축소라는 현실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정 지역과 계층에 전환 비용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자연은 버틸 수 있을까


숲과 해양은 지금까지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며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춰왔다. 그러나 기온 상승과 가뭄, 산불, 해양 산성화 등으로 인해 이러한 자연 흡수원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늘고 있다. 아마존 일부 지역은 이미 탄소 흡수원이 아닌 배출원으로 전환됐으며, 해양 역시 산성화와 수온 상승으로 탄소 저장 능력이 흔들리고 있다.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은 산림 복원과 습지 보전 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고 생태계를 회복하는 중요한 대안이다. 하지만 이는 시간과 안정적인 기후 조건을 전제로 하며, 화석연료 사용을 지속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자연은 보완 수단일 뿐이며, 근본적인 배출 감축이 우선되고 복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준비된 전환인가, 지연된 대응인가


전문가들은 “기술은 존재하지만 시간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각국의 정책은 진전되고 있으나, 실제 감축 속도는 여전히 목표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탄소 이후의 세계는 단순히 배출을 줄이는 사회가 아니라,

에너지·산업·소비·금융 체계 전반이 재구성된 새로운 질서다.


지금의 선택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라

미래 경제의 경쟁력과 직결된 전략적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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