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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바다의 어머니들 ④] 2026 북대서양 참고래 출산기… 고스트(Ghost, #1515)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2.1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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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월 30일, 플로리다주 플래글러 비치 앞바다에서 북대서양 긴수염고래 1515호(고스트)와 아홉 번째 새끼가 헤엄치고 있는 모습.[사진= 마린랜드 긴수염고래 프로젝트/조이 라우셔, NOAA 허가 번호 26562에 따라 촬영.]

 

이 글은 ESG코리아뉴스를 통해 연재로 이어진다. 2026년 출산기에 확인된 또 다른 어미 고래와 그 새끼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개체 번호와 이름 뒤에 축적된 관찰의 시간을 기록한다. 한 번의 목격은 단순한 생물학적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사라져가는 종의 연속성을 붙들어두는 드문 증거이다.


이번에 기록된 이름은 ‘고스트(Ghost)’, 북대서양 참고래 #1515다.


플로리다 연안, 반세기를 건너온 어미


2026년 1월 30일 미국 플로리다 플래글러 비치에서 약 0.5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자원 관측단체인 마린랜드 참고래 프로젝트(Marineland Right Whale Project) 연구진은 한 어미 참고래와 갓 태어난 새끼를 확인했다. 이어 플로리다 어류 및 야생동물 보존 위원회(Florida Fish and Wildlife Conservation Commission) 조사선 팀이 합류해 사진 판독과 개체 확인을 완료했다.


어미는 북대서양 참고래 #1515, ‘고스트’였다. 올해로 약 50세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는 고령 암컷이다. 이번 새끼는 그녀의 아홉 번째로 기록된 출산이다.


현재 전 세계에 남은 북대서양 참고래는 약 380마리. 번식 가능한 암컷은 70마리 안팎으로 추정된다. 50세에 가까운 암컷의 출산은 개체군 유지 측면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사건이다.


‘고스트’라는 이름의 의미


고스트(Ghost)는 머리 앞부분의 굳은살(callosity) 무늬가 만화 속 유령처럼 보인다는 데서 이름이 붙었다. 두 개의 어두운 반점이 ‘눈’처럼 보여 연구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고스트(Ghost)’로 불리게 됐다.


이 이름은 외형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녀의 관측 이력 역시 이름처럼 ‘희미하고 불연속적’이다.


고스트는 1985년, 이미 다 자란 성체이자 새끼를 동반한 상태로 처음 기록됐다. 이후 수십 년간의 목격 대부분이 미국 남동부 출산 해역에서 새끼와 함께 이뤄졌다. 그 외 시기에 그녀가 어디에서 먹이를 섭취하고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연구자들은 이 공백이 단지 한 개체의 문제가 아니라 북대서양 참고래 전체 모니터링 체계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출산지뿐 아니라 북쪽 먹이터와 이동 경로 전반에 대한 지속적 관측이 필수적인 이유다.


아홉 번의 출산, 이어지지 못한 기록들


고스트의 첫 다섯 마리 새끼는 개체번호가 부여되지 않았거나 이후 생존이 확인되지 않았다. 기록 체계가 지금처럼 정교하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하지만 어린 개체의 높은 폐사율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그녀의 최근 세 마리 새끼는 2025년까지 생존이 확인됐다. 두 마리는 암컷, 한 마리는 성별이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4715는 어미만큼이나 수수께끼 같은 개체다. 이 새끼는 2017년, 일반적인 남동부 출산 해역이 아닌 북동부 해역에서 처음 목격됐다. 당시 미국 해양대기청(NOAA) 수산국 북동부 수산과학센터 항공 조사팀은 매사추세츠 낸터킷 동쪽 그레이트 사우스 채널에서 모자(母子) 쌍을 확인했다. 이 해역은 그레이트 사우스 채널(Great South Channel)로 주요 먹이터로 알려져 있다.


이듬해 #4715는 ‘걸프 오브 아메리카’로 불리는 멕시코만 해역까지 이동했다. 2000년 이후 해당 해역에서 참고래가 확인된 것은 세 번째 사례에 불과했다. 이후 이 개체는 2021년까지 다시 관측되지 않았다. 제한적인 목격 기록, 긴 공백, 불확실한 이동 경로. 고스트의 삶과 닮아 있다.


고령 어미의 부담


참고래 암컷은 평균 3~5년에 한 번 출산한다. 그러나 최근 개체 수 감소와 먹이 환경 변화로 출산 간격은 불규칙해지고 있다. 고령 개체의 임신은 회복 실패와 면역 저하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그럼에도 고스트는 아홉 번째 새끼를 낳았다. 이는 단순한 생존의 증거이자 동시에 종 전체가 얼마나 좁은 번식 기반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현재 북대서양 참고래가 직면한 주요 위협은 선박 충돌과 어구 얽힘(entanglement)이다. 남동부 출산 해역 역시 주요 항로와 겹친다. 플로리다와 조지아 연안에서 시행되는 감속 구역과 항로 조정은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모든 개체를 보호하기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또 하나의 새끼, 또 하나의 불확실성


고스트와 새끼는 앞으로 몇 달간 미국 남동부 연안에 머문 뒤 북쪽 먹이터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 여정에는 상업 선박 항로와 어업 활동 구역이 겹쳐 있다.


이번 새끼가 몇 년 뒤 다시 사진 판독을 통해 개체 번호를 부여받고 또 다른 출산을 이어가는 암컷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혹은 기록 속 희미한 이름으로만 남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고스트는 ‘특별한 장수 개체’라기보다 위태로운 집단을 떠받치고 있는 소수의 번식 암컷 중 한 마리라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반세기를 건너 새끼를 낳은 이 어미에게, 인간은 과연 안전한 바다를 돌려주고 있는가.

ⓒ ESG코리아뉴스 & www.esgkorea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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