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두 나라, 중국과 인도는 지구 온난화와 탄소배출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국가다. 막대한 인구 규모와 빠른 도시화,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는 두 나라를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며, 인도는 세 번째로 많은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통 혁신은 이 거대한 배출 구조에 균열을 내고 있다. 델리의 혼잡한 도로를 누비는 수많은 릭샤 가운데 상당수가 이제 전기 삼륜차다. 한때 가솔린 택시를 몰던 운전사들조차 비용 절감과 대기오염 문제를 이유로 전기차로 갈아타고 있다. 현재 인도 전역에서 판매되는 삼륜차의 약 60%가 전기 모델로, 도시뿐 아니라 농촌 지역까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과거 중국의 ‘오토바이 공해’와 정책 전환
이 같은 변화는 과거 중국이 겪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공기정화장치가 없는 소형 오토바이와 스쿠터가 급증했다. 이들 이륜차는 저렴하고 기동성이 뛰어났지만 배출가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도시 대기오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이에 중국 정부는 내연기관 이륜차 운행 제한과 번호판 규제, 도심 진입 금지 정책을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한편, 전기 오토바이 산업을 적극 육성했다. 그 결과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 이륜차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수억 대에 달하는 전기 스쿠터와 전기 자전거가 도심 교통을 대체하면서 특히 초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등 도심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크게 감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화석연료 중심 산업화를 거치며 심각한 대기오염을 경험했지만 전기 이륜차 전환이 도시 공기 질 개선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고 분석한다.
인도, ‘화석연료 시대’ 건너뛰기 가능할까
기후 싱크탱크 Ember의 최근 보고서는 인도의 전력화 속도가 과거 같은 소득 수준이었던 시기의 중국보다 더 빠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12년 중국은 1인당 소득이 현재 인도와 비슷했지만, 당시 태양광과 전기차 보급은 초기 단계였다. 반면 오늘날 인도는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 생산의 약 9%를 차지하며, 세계 3위 태양광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전기차 보급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약 5%가 전기차이며, 특히 전기 삼륜차 판매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도심 단거리 이동의 상당 부분을 전기 릭샤가 담당하면서 교통 부문 전력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이 산업화 초기 ‘가장 저렴하고 접근 가능한 에너지’였던 화석연료를 선택했다면, 현재 인도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태양광과 배터리 기술을 활용해 곧바로 전기 중심 교통체계로 도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석탄 중심 발전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교통 부문의 직접 배출을 줄이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남은 과제…석탄 의존과 에너지 수요 증가
그럼에도 인도는 향후 수십 년간 석탄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며, 석유 소비 역시 증가 추세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산업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화석연료를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상황은 다소 다르다. 개발 단계가 유사했던 시기의 중국보다 현재 인도의 석탄 소비량과 수송용 석유 수요는 낮은 수준이다. 이는 인도가 에너지 집약적 산업화 단계를 일부 ‘건너뛰고’ 보다 전기화된 경제 구조로 이동할 여지를 남겨둔다.
인구 대국의 선택, 지구에 미칠 파장
중국과 인도 두 나라의 인구를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다. 이들의 에너지 정책과 교통 구조 변화는 지구 온난화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
중국이 과거 오염의 상징이었던 내연기관 오토바이에서 전기 이륜차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 도심 공기 질을 개선한 사례는 인도에 중요한 참고 모델이 되고 있다. 이미 전기 삼륜차 보급에서 선두에 선 인도가 전기 오토바이와 전기 이륜차 전반으로 전환을 가속화할 경우, 대기오염 완화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가능성도 커진다.
인도의 선택은 단순한 교통 정책을 넘어 세계 기후 대응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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