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된 정보당국 고위 인사가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하며 사임한 사건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국제정치의 구조적 긴장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된다. 국가대테러센터(NCTC) 소장을 지낸 조 켄트는 “이란은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 아니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전쟁의 명분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의 발언은 과거 이라크 전쟁 당시 대량살상무기(WMD) 정보를 근거로 한 개입이 결국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에 기반했다는 비판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이번 사임은 특히 미국 내부 권력 구조에서조차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합의가 균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개발과 테러 지원 가능성, 그리고 ‘임박한 위협’을 전쟁의 이유로 제시했지만, 일부 국방 및 정보 관계자들의 발언은 이러한 주장과 상충되며 정책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드러냈다. 툴시 가바드이 “최종 판단은 대통령의 몫”이라고 언급한 대목 역시 정보기관이 제공하는 객관적 분석과 정치적 결정 사이의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은 국제사회의 거버넌스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오늘날 국제 질서는 형식적으로는 국제연합을 중심으로 한 규범과 합의에 기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강대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무력 사용이 결정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이란과의 충돌 역시 다자적 합의나 국제적 승인보다는 일국의 판단과 동맹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국제 규범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이는 국제사회가 ‘규칙 기반 질서(rule-based order)’를 표방하면서도, 그 규칙이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이중성을 드러낸다.
<위 사직서 내용은 아래와 같다.>
트럼프 대통령께,
깊이 숙고한 끝에, 저는 오늘부로 국가대테러센터(National Counterterrorism Center) 국장직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현재 진행 중인 이란과의 전쟁을 양심상 지지할 수 없습니다. 이란은 우리 국가에 임박한 위협을 가하지 않았으며, 이 전쟁이 이스라엘과 그 영향력 있는 미국 내 로비의 압력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2016년, 2020년, 2024년 선거에서 내세우셨고 1기 행정부에서 실현하신 가치와 외교 정책을 지지합니다. 2025년 6월까지 대통령께서는 중동 전쟁이 우리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국가의 부와 번영을 소모시키는 함정임을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끝없는 전쟁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군사력을 단호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현대의 어느 대통령보다 잘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이는 카셈 솔레이마니를 제거하고 ISIS를 격퇴한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행정부 초기에, 이스라엘의 고위 인사들과 미국 내 영향력 있는 언론 인사들이 허위 정보 캠페인을 전개하여 대통령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기조를 훼손하고, 이란과의 전쟁을 유도하는 친전(親戰) 여론을 조성했습니다. 이러한 정보 왜곡은 대통령께서 이란이 미국에 임박한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지금 공격하면 신속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기만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과거 이스라엘이 우리를 이라크 전쟁으로 끌어들일 때 사용했던 방식과 동일하며, 그 전쟁은 수천 명의 우수한 우리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11차례 전투에 투입된 참전용사이며, 골드스타 유가족으로서 사랑하는 아내 섀넌을 이스라엘이 만들어낸 전쟁에서 잃었습니다. 저는 미국 국민에게 아무런 이익도 되지 않고, 그 희생을 정당화할 수도 없는 전쟁에 다음 세대를 내몰 수 없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우리가 이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누구를 위해 그것을 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하시기를 바랍니다. 지금이야말로 결단의 시점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방향을 바꾸고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도 있고, 아니면 국가가 쇠퇴와 혼란으로 빠져들도록 둘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대통령의 몫입니다.
대통령의 행정부에서, 그리고 위대한 우리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영광이었습니다.
조셉 켄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
이란 전쟁이 드러낸 인권의 위기와 강대국 중심 국제질서의 한계
더욱이 전쟁은 언제나 인권 문제를 동반한다. 군사적 충돌이 확대될 경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 것은 민간인이다. 생명권, 거주권, 기본적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전쟁의 정당성은 단순한 안보 논리를 넘어 윤리적 검증을 요구받는다. 이란 전쟁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선제적 방어’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진 공격이 실제로는 예방 가능한 갈등을 무력으로 증폭시킨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제 인권 규범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또한 이번 사태는 강대국 중심 국제질서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낸다. 군사력과 정보력을 보유한 국가가 ‘위협’을 규정하고, 그에 대한 대응 방식까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나 해당 지역의 시민들은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다. 이는 결국 국제정치가 협의와 합의가 아닌 힘의 논리에 의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켄트가 지적한 ‘확증 편향’과 정보 왜곡 가능성 역시, 이러한 권력 구조 속에서 더욱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결국 이란 전쟁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국가의 외교·안보 정책을 넘어서, 현대 국제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진다. 과연 국제 질서는 규범과 합의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힘의 균형과 정치적 이해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라는 보편적 가치는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호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다면, 유사한 갈등과 비극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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