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 긴장 속 석유 공급 불안 확대…태양광·배터리·전기차 수출 급증, 글로벌 에너지 질서 재편 신호
중동 지역 군사 충돌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 불안이 전 세계 에너지 구조 전환을 앞당기며 재생에너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봉쇄 또는 통제 가능성만으로도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의 변동성을 크게 자극해 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 측 대응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단기 충격을 넘어 구조적 불안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각국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응책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소비 절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이러한 공급 충격은 곧바로 청정에너지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특히 2026년 3월 기준 중국의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차 수출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에너지 전환 수혜국’으로 부상했다.
엠버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태양광 기술 수출 규모는 약 68기가와트(GW)로 이전 최고치를 크게 상회했다. 약 50개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 수입에서 기록을 경신했으며,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아프리카 신흥국에서 수요 증가가 두드러졌다.
배터리와 전기차 분야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중국 세관 자료 기준 배터리 수출액은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 수출은 전년 대비 140% 증가했다. 이른바 ‘신 3대 산업(태양광·배터리·전기차)’이 기존 제조업을 대체하며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수출 증가를 넘어 에너지 안보 개념 자체의 전환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화석연료 확보가 국가 안보의 핵심이었다면, 현재는 재생에너지 기술과 공급망 확보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가스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에너지 안보를 ‘자원 확보’가 아닌 ‘구조 전환’의 문제로 재정의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일부 국가는 이미 구조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저가의 중국산 태양광 패널 도입을 통해 석유 수입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있으며,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닌 경제적 선택지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단기적인 시장 변동을 넘어 장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과 배터리 기술의 비용 하락, 전기차 보급 확대 그리고 화석연료 가격의 변동성 증대가 맞물리며 청정에너지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 수출 급증이 정책 변화나 재고 확보 수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안보 불확실성이 반복되는 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구조 전환 흐름 자체는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결국 이번 사태는 에너지 시장의 중심축이 ‘석유 공급망’에서 ‘기술 기반 에너지 체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청정에너지와 이를 선도하는 국가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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