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세계 수달의 날(World Otter Day)’이다. 수달 보호의 중요성과 건강한 하천 생태계 보전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국제수달생존기금(IOSF·International Otter Survival Fund)이 제정한 날이다. 물가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귀여운 모습으로 사랑받는 수달은 사실 하천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종이자 최상위 포식자다.
국내에 서식하는 수달은 유라시아 수달(Eurasian Otter·Lutra lutra)로, 유럽과 아시아 전역의 하천과 습지, 저수지 등 담수 생태계를 중심으로 살아간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유라시아 수달을 적색목록 준위협종(Near Threatened)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1982년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된 데 이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보호종으로 관리되고 있다.
수달은 몸길이 약 63~75cm, 꼬리 길이 41~55cm 정도로 유선형 몸체와 물갈퀴를 갖춰 물속에서 매우 민첩하게 움직인다. 강한 턱과 날카로운 송곳니를 이용해 물고기와 게, 개구리, 작은 포유류와 조류 등을 사냥하며, 하천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한다. 최근에는 생태계 교란종인 미국가재 개체수 조절에도 일정 부분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건강한 토종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종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예로부터 수달은 우리 문화 속에서도 친숙한 존재였다. 잡은 물고기를 돌 위에 올려놓는 모습이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보여 ‘달제어(獺祭魚)’라는 표현이 생겨났고, 두 앞발을 손처럼 사용하는 행동 역시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귀여운 외모와 달리 수달은 대부분 혼자 생활하는 습성을 가진 야생동물이다. 하천을 따라 긴 이동 경로를 형성하며 활동 범위가 10km 이상에 달하기도 한다.
과거 국내 하천은 오염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수달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서식지 훼손과 수질 악화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최근에는 생태하천 복원과 수질 개선이 이뤄지면서 도심 하천에서도 다시 수달이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수달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위협은 수질 오염과 하천 개발이다. 수질 악화는 먹이 부족과 서식 환경 변화로 이어져 수달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방치된 통발과 삼각망 등 어구 역시 치명적이다. 포유류인 수달은 허파로 숨을 쉬기 때문에 물속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호기심이 많은 특성상 어망이나 통발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콘크리트 제방과 인공 구조물도 수달의 이동을 방해하는 요소다. 이동 통로가 끊긴 수달은 육로로 우회하다 도로를 건너게 되고, 이 과정에서 로드킬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암컷 수달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지류 하천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달 보호를 위해 단순히 개체 수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하천 생태계 전체를 복원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먹이 자원이 회복될 수 있도록 수질을 개선하고, 자연형 하천과 습지를 복원해 수달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망에 보호격자를 설치하는 등 혼획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함께 요구된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WWF는 최근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 캠페인 ‘애니스테이(Anistay)’를 통해 무등산국립공원 무동제에 ‘수달섬’을 조성하는 사업을 지원했다. 수달섬은 수달이 쉬거나 배변할 수 있도록 바위와 굴 형태 구조물을 갖춘 인공 소생태계다. 수달의 생태적 습성을 고려해 설계됐으며, 최근 실제 수달이 이 공간을 이용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또한 WWF는 동작감지센서 기반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 수달뿐 아니라 담비와 삵, 다양한 조류의 활동을 24시간 기록하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는 지역 생태계 보전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며, 현장에는 생태 해설 안내판도 설치돼 시민과 학생들을 위한 생태교육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수달이 돌아왔다는 것은 하천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여전히 인간 활동으로 인한 위협이 남아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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