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ture 연구진, 유럽 103개 관측지점·1만8,500건 측정자료 분석
유럽의 미세먼지 오염이 산업·교통 부문의 배출 감축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사막에서 날아오는 먼지의 농도가 최근 유럽 상당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으며, 대기순환 변화와 북아프리카의 장기적인 건조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제학술지 Nature에 7월 15일 발표된 ‘기후 변화로 유럽 전역에 먼지 오염이 증가하고 있다.(Rising dust pollution across Europe in a changing climate)’ 연구에서 페트로스 N. 바실라코스(Petros N. Vasilakos), 압히셰크 우파디아이(Abhishek Upadhyay), 마누소스 I. 마누사카스(Manousos I. Manousakas)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유럽의 사막 먼지 농도와 이동 양상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먼지 농도가 증가했으며, 특히 이탈리아와 아드리아해, 에게해를 포함한 남유럽과 지중해 지역에서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지역적 현상이 아니라 유럽 대기질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륙 규모의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유럽 전역 103개 도시·농촌 관측지점에서 수집된 약 1만8,500건의 일별 측정자료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대기 중 먼지의 주요 구성원소인 알루미늄과 티타늄, 규소, 칼슘, 철 등의 농도를 분석해 사막에서 장거리 이동한 먼지를 구별했다.
이어 관측자료에 위성에서 측정한 먼지 광학두께, 토지이용 자료, 기상자료와 물리 기반 먼지모델 등을 결합한 랜덤포레스트(Random Forest) 머신러닝 모델을 구축해 2012~2021년 유럽 전역의 일별 지표면 PM10 사막 먼지 농도를 10㎞×10㎞ 단위로 추정했다.
분석 결과 남유럽의 평균 사막 먼지 농도는 ㎥당 5.28±2.65㎍으로 나타났다. 북부와 중부 유럽의 2.09±1.0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PSI는 연구기간 전체를 놓고 볼 때 유럽의 사막 먼지 농도가 약 0.5㎍/㎥ 증가했으며, 이를 약 10~25%의 증가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설명했다.
남유럽, WHO PM10 권고기준의 31%를 사막 먼지가 차지
사막 먼지가 대기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남유럽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사막 먼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연평균 PM10 대기질 권고기준 가운데 약 31%에 해당하는 수준을 차지했다. 인간 활동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배출을 감축하더라도 자연기원 먼지가 대기질 개선 효과를 일부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유럽은 교통과 산업, 가정 난방 등 인간 활동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대기환경 규제를 시행해왔다. 실제로 이러한 인위적 배출원의 오염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PSI 연구진은 사막에서 유입되는 먼지는 반대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막 먼지는 단순히 하늘을 뿌옇게 만드는 자연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PM10과 PM2.5 농도를 높여 대기질을 악화시키며, 기존 연구에서는 천식 악화와 사망 위험 증가 등 다양한 건강영향과 관련성이 보고돼 왔다. 항공 운항이나 태양광발전 등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남유럽에서 사막 먼지 유입 사건이 발생했을 때 평균 먼지 농도는 9.68±4.85㎍/㎥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 정도의 노출이 남유럽에서 일일 사망률 0.67±0.02% 증가와 연관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특정 먼지 사건이 개인의 사망을 직접 유발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구집단 수준에서 단기 먼지 노출과 사망률 사이의 통계적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먼지 발생 횟수보다 ‘강도’ 증가
다만 최근 먼지 오염 증가를 “유럽에서 모래폭풍이 계속 더 자주 발생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Nature가 공개한 연구 설명에 따르면 2012~2021년 동안 먼지 오염 사건의 발생 빈도가 일관되게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남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개별 먼지 유입 사건이 더욱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최근 10년 동안 강화된 먼지 유입이 대기순환 패턴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분석했다.
북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사막 먼지가 유럽까지 이동하려면 먼지를 발생시키는 건조한 지표 조건뿐 아니라 대규모 대기 흐름이 필요하다. 특히 북대서양진동(North Atlantic Oscillation·NAO)을 비롯한 대규모 대기순환은 사하라와 중동에서 발생한 먼지가 언제, 어느 방향으로 유럽에 도달하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최근 유럽으로 유입되는 먼지가 강해진 현상이 이러한 대기순환 변화와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알프스 빙하가 보여준 150년의 변화…먼지 농도 110% 증가
이번 연구는 최근 10년의 관측에만 머물지 않았다.
연구진은 더 장기간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위치한 알프스 콜레 그니페티(Colle Gnifetti) 빙하의 빙핵(ice core) 자료를 분석했다. 빙하에 쌓인 눈과 얼음 속에 보존된 먼지 입자를 분석하면 과거 대기 중 사막 먼지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그 결과 알프스 빙핵에 기록된 먼지 농도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약 1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장기 증가의 상당 부분이 북아프리카의 사막화와 건조화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수십 년의 대기순환 변화가 먼지를 유럽으로 운반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장기적으로는 북아프리카의 토지 건조화가 먼지 공급 자체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후변화가 먼지를 늘렸나…연구진은 “직접 기여도는 아직 불확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사막 먼지 증가와 기후변화의 관계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일부 건조지역에서 토양 수분 감소와 토지 황폐화가 심화될 수 있고, 대기순환 역시 변화할 수 있다. 두 현상 모두 사막 먼지의 발생과 장거리 이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도 기후변화가 토지 황폐화를 가속하고 기상 패턴을 변화시킬 경우 앞으로 먼지 오염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최근 유럽의 먼지 증가를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직접적으로 입증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의 카스파르 댈렌바흐(Kaspar Dällenbach)는 인간 유발 기후변화가 현재 관측된 변화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또는 이를 얼마나 강화하고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의 과학적 이해에 따르면 온실가스 증가와 지구온난화가 일부 지역을 더욱 건조하게 만들고 사막화를 촉진함으로써 먼지 증가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연구의 결론은 ‘기후변화가 유럽의 사막 먼지 증가를 일으켰다’는 단순한 인과관계보다는 북아프리카의 장기적인 건조화와 사막화, 최근의 대기순환 변화가 동시에 유럽의 먼지 오염을 강화하고 있으며, 기후변화가 앞으로 이러한 조건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데 가깝다.
미세먼지 줄여도 자연기원 먼지 늘면 대기질 개선 한계
이번 연구는 향후 유럽의 대기환경 정책에도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공장과 자동차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배출규제를 통해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만,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사막 먼지는 개별 국가의 배출규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사막 먼지 농도가 계속 증가할 경우 유럽 각국이 인간 활동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감축하더라도 전체 PM10 농도를 낮추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 남유럽처럼 사하라 먼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지역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대기질 정책에서 자연기원 먼지와 기후변화의 상호작용을 보다 정밀하게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다만 관측자료의 지역적 한계도 존재한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먼지 성분 측정자료는 유럽 전역에서 수집됐지만 북동부 유럽과 발칸반도, 스칸디나비아 일부 지역은 관측지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연구진은 이들 지역에서도 장기간의 관측자료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가 대기오염 문제를 어떻게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온실가스 감축과 인위적 미세먼지 배출 저감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조화와 토지 황폐화, 대기순환 변화가 결합해 국경을 넘어 새로운 대기질 위험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관측되고 있는 사막 먼지의 증가는 기후변화 시대의 대기질 관리가 ‘배출원 감축’에서 한발 더 나아가 토지와 기후, 대기순환을 함께 바라보는 통합적인 대응체계로 전환돼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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