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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보다 작은 숲에도 ‘생태계’가 있다…이끼 속 숨겨진 생명의 세계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08.1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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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arth, 이끼 초근접 사진 공개…미생물 다양성부터 탄소 저장·영양분 순환까지 작은 이끼가 만드는 거대한 생태적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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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와 작은 식물을 근접 촬영한 사진 [사진=Earth]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바위와 나무껍질 위의 작은 이끼가 수많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하나의 미세한 서식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자연과 지구환경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X 계정 ‘Earth(@earthcurated)’는 이끼와 작은 식물을 근접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며 “손끝만 한 크기에도 하나의 생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그 곁을 그냥 지나친다”고 소개했다.


사진에는 이끼 위에 솟아난 작은 버섯과 어린 식물이 담겼다. 육안으로 보면 작은 녹색 공간에 불과하지만 이끼가 형성하는 환경은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가는 복잡한 미세 서식처가 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도 이 같은 이끼의 생태적 가치를 뒷받침한다.


2025년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Microbiom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알프스 생태계에서 함께 자라는 이끼와 관속식물의 미생물 군집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토양에서 자라는 52쌍의 식물과 이끼를 분석한 결과, 이끼에서 관속식물보다 높은 미생물 종 풍부도와 다양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에서 조사된 이끼에서는 모두 3,435개의 세균 ASV(Amplicon Sequence Variant·미생물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 단위)와 1,174개의 균류 ASV가 확인됐다. 함께 자란 관속식물에서는 각각 1,760개와 911개가 확인됐다. 이는 작은 이끼 군락이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가는 중요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끼가 만드는 미세한 세계는 흔히 ‘브라이오스피어(bryosphere)’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이끼 식물체와 그 주변에 형성되는 환경을 하나의 생태적 공간으로 보는 개념이다. 실제로 이끼와 미생물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은 세균과 균류 등 다양한 미생물이 이끼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영양분 순환 등에 관여한다는 점을 보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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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끼와 작은 식물을 근접 촬영한 사진 [사진=Earth]

 

이끼의 역할은 미세생물의 서식처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2023년 국제학술지 Nature Geoscience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는 전 세계 다양한 환경에서 이끼가 존재하는 토양과 그렇지 않은 토양을 비교해 이끼의 생태계 기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모든 대륙에 걸쳐 8개 생태계 서비스와 24개의 토양 생물다양성·기능 지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끼가 존재하는 토양은 맨땅과 비교해 탄소 저장과 주요 영양분 축적, 유기물 분해 등에서 긍정적인 특성을 나타냈으며 토양에 존재하는 식물 병원체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속식물이 적은 환경에서 이끼의 생태적 기능이 중요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전 세계 토양 이끼가 맨땅과 비교해 토양층에 잠재적으로 약 64억3천만 톤(6.43Gt)의 추가 탄소와 연관돼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 수치는 이끼가 매년 64억3천만 톤의 탄소를 새롭게 흡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끼가 있는 토양과 맨땅 사이에서 나타나는 탄소 저장량 차이를 전 지구적으로 추산한 값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끼 자체뿐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광합성 미생물 역시 탄소 순환에 참여한다.


북방 이탄지와 열대우림의 이끼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이끼와 함께 살아가는 광합성 미생물이 실제 이산화탄소 고정에 기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들 미생물이 이끼의 전체 탄소 흡수량 가운데 북방 이탄지에서 평균 약 4%, 열대우림에서 약 2%를 담당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끼류는 물과 탄소뿐 아니라 질소 순환에도 관여한다. 2024년 New Phytologist에 발표된 연구 검토에 따르면 이끼·우산이끼·뿔이끼 등을 포함하는 선태식물은 숲과 툰드라, 이탄지, 초원, 사막 등 다양한 육상 생태계에서 수분을 유지하고 탄소를 고정하며 질소 순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우리가 숲길에서 밟고 지나가거나 나무와 바위 표면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몇 센티미터의 녹색 공간은 단순한 ‘작은 식물’만으로 이루어진 곳이 아니다.


이끼와 균류, 세균을 비롯한 미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물과 탄소·질소가 이동하는 작은 생태적 공간이다. 그 규모는 사람의 손끝보다 작을 수 있지만 이러한 미세한 생태계가 모여 토양 건강과 탄소 순환, 생물다양성을 지탱하는 하나의 기반이 된다.


Earth가 남긴 “우리는 대부분 그 곁을 그냥 지나친다”는 문장은 그래서 단순한 감상적 표현만은 아니다. 우리가 쉽게 보지 못했던 작은 자연에도 생태계의 복잡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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