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에 대한 징계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가치와 정치 거버넌스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1일 오전 6시33분 자신의 X에 올린 글에서 국민의힘 책임당원 약 3,000여 명이 이진숙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최고 수준의 징계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당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 의원에 대한 제명 또는 최소한 활동정지를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번 논란은 이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포럼’에서 비롯됐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5·18을 ‘소요 사태’로 규정하는 등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성격을 부정하거나 전두환 정권의 책임을 축소하는 취지의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책임당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지난 17일에는 약 3,700명의 책임당원이 이 의원에 대한 제소장을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출하고 제명이나 탈당 권고를 포함한 최고 수준의 징계를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해당 행사가 당 공식 행사가 아닌 학술행사였고,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들이 이 의원 본인의 입장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현재로서는 징계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행사 개최 전 취소를 요청했으며,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민주화운동 계승에 대한 당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논쟁의 본질은 표현의 자유나 역사에 대한 학술적 토론의 범위를 넘어선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떤 역사적 경험을 통해 형성됐는지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반복될 경우 민주주의 제도의 정당성과 사회적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5·18은 군부 권위주의에 맞서 시민들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회복을 요구했던 역사적 사건이다. 이후 대한민국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선거와 의회, 사법제도, 시민사회가 상호 견제하고 참여하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발전시켜 왔다.
따라서 5·18의 역사적 의미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과거사 논쟁으로만 볼 수 없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의 통제, 헌정질서의 존중, 인권과 책임,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공적 검증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와 직결된 문제다.
김민석 대표가 “김영삼 대통령 이래 우리나라 보수정당도 민주적 지향을 갖게 됐다”며 보수정당의 민주주의 수용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는 보수정당이 민주주의를, 진보정당이 성장을 포용하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며 국민의힘이 5·18 문제를 계기로 국민 곁으로 다가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정치권에 중요한 거버넌스 과제도 던지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는 다양한 의견을 허용해야 하지만, 동시에 헌정질서와 인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공적 기준도 유지해야 한다. 정당 역시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조직을 넘어 민주적 가치와 헌정질서를 책임지는 정치적 기관이라는 점에서 내부 구성원의 발언과 행동에 대한 책임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5·18 논란의 핵심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징계 여부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가 군부독재와 국가폭력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민주화 과정에서 형성된 시민의 권리와 헌정질서를 어떻게 다음 세대에 계승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5·18을 둘러싼 역사적 평가가 정치적 진영 논리의 도구로 소비되기보다, 민주주의의 가치와 제도적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들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 거버넌스의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BEST 뉴스
-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주문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외부 통제와 내부... -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16일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공급망과 인프라, 시장 확대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나선다. 오는 16일에는 5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
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 -
경기도,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에 ‘AI 자립비서’ 도입…안전·건강·일상생활 지원
▲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AI와 IoT를 활용해 안전·건강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AI 자립비서’ 사업을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안전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과 ... -
우주에서 포착한 사우디 사막…모래언덕이 그려낸 ‘지구의 예술’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 [사진=Jessica Meir x]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능선이 굽이치고, 능선을 따라 생긴 그림자가 대지 위에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 -
사라지는 로힝야족의 마을, 폭력 피해 떠났지만 돌아갈 땅마저 잃는다
▲ UNHCR이 2026년 6월 공개한 콕스바자르 난민촌 항공사진 [사진=UNHCR]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박해와 강제이주를 겪어온 로힝야족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살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귀환할 수 있는 삶의 기반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