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WMO)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세계 수자원 현황 보고서(State of Global Water Resources 2024》는 지구의 물 순환이 점점 더 불규칙하고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강 유역의 약 3분의 2가 지난해 정상적인 수자원 상태를 경험하지 못했으며, 가뭄과 홍수가 극심하게 반복되면서 사회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땅에서 증발한 물이 대기 중에서 거대한 수증기 흐름을 형성하고 다시 비와 눈으로 떨어지는 물 순환의 기본 과정이 기후변화로 인해 뒤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기온 상승은 대기 중 수증기 양을 증가시켜 폭우와 홍수 위험을 높이는 동시에 토양과 수면 증발을 가속화해 가뭄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실제로 2024년은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이 약 1.55도 상승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이로 인해 아마존강 수위가 전례 없이 낮아졌고, 남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수백 마리의 동물을 살처분해야 했다.
미국 텍사스, 오클라호마, 캔자스 등지에서는 농작물이 시들었으며, 유럽은 2013년 이후 가장 광범위한 홍수를 겪었다. 서부와 중부 아프리카에서도 폭우로 1,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빙하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보고서는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빙하에서 약 450기가톤의 얼음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는 높이, 너비, 깊이가 각각 6.4km에 달하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와 맞먹는 양으로 올림픽 수영장 1억 8천만 개를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이러한 빙하 손실은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하고 전력, 관개. 식수를 빙하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직접적인 위협을 준다.
WMO 수문학·빙권 담당 책임자인 슈테판 울렌브룩은 “더위와 가뭄이 계속되었음에도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며, 물 순환이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물 자원의 가용성과 접근성이 변화하면서 지역 갈등과 사회적 긴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 역시 성명을 통해 “물은 사회를 지탱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며, 생태계를 유지하는 필수 자원”이라며 “하지만 세계 수자원은 점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으며 동시에 물 관련 위험은 생명과 생계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위성 및 지상 관측망을 통한 데이터 공유 강화,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 조기 경보 시스템 확충, ▲습지 복원 등 자연 기반의 물 저장 대책 확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 ▲통합적 수자원 관리 체계 구축 등을 주요 대응 과제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단순히 환경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식량, 에너지. 보건. 사회 안정성 등 다양한 분야로 파급되는 종합적 위기 신호라고 지적한다. 점점 불규칙해지는 물의 순환은 앞으로 인류의 삶과 국제 질서에 더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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