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해안가의 한 복원 현장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가디언의 레이랜드 체코(Leyland Cecco)에 따르면 한 세기 넘게 흙 속에 잠들어 있던 생명들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도시화로 완전히 사라졌다고 여겨졌던 습지의 생명체들이 토양 속 깊은 곳에서 되살아나며 인간이 파괴한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을 보여주고 있다.
돈강(Don River) 하구를 따라 이어지는 해안 지역은 20세기 초부터 산업화로 오염되고 습지는 흙과 자갈로 덮여 사라졌다. 그러나 2007년부터 진행된 ‘포트 랜즈(Port Lands)’ 복원 사업은 이 지역을 다시 생명이 숨 쉬는 공간으로 되돌리기 위한 시도였다. 그 과정에서 한 중장비 운전사가 공사 현장에서 이상한 식물을 발견했다. 다른 잡초들과 달리 줄기와 잎이 두껍고 초록빛이 진했던 그 식물은 부들(cattails)과 오리나물(bulrushes) 같은 습지 식물이었다.
현장에 투입된 생태학자 셸비 리스킨(Shelby Riskin) 박사는 그 자리에서 토양 샘플을 채취해 토론토대학교 연구실로 옮겼다. 흙덩어리를 조심스럽게 물에 담그자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오래된 흙 속에서 갈색 벌레가 꿈틀거렸고 미세한 플랑크톤과 물벼룩이 떠올랐다. 130년 넘게 잠들어 있던 생명들이 깨어난 순간이었다. 연구진은 마치 “시간이 멈췄다가 다시 흐르기 시작한 듯했다”고 회상했다.
초기 조사에 따르면, 이 토양에는 19세기 말의 습지 생태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금은 지역에서 사라진 종인 미국 밤나무의 화분(pollen)도 발견되었고, 이와 더불어 1500년대의 씨앗 하나도 함께 검출되었다.
이 현상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복원 생태학의 핵심 질문을 상기 시킨다. 인간이 만든 인공 습지들은 종종 기대만큼의 생태 기능을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토양 자체가 생태계의 기억을 간직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이 흙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그 안의 미생물과 씨앗 그리고 영양소가 다시 생명 순환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스킨은 “토양이 스스로 다시 켜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표현했다. 흙 속의 미생물과 영양소 그리고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세 생명체들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 복원 프로젝트에는 과학자뿐 아니라 원주민 공동체의 지식도 함께했다. 아니시나아베(Anishinaabe) 원주민 원로 셸리 찰스(Shelley Charles)는 새롭게 형성된 섬의 이름을 ‘우크웨민 미니싱(Ookwemin Minising)’, ‘검은 체리나무가 있는 곳’으로 지었다. 찰스는 “우리 조상들은 땅속의 씨앗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견이 “전통 지식이 오늘과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증거”라며, 복원 과정에 원주민 세계관이 깊게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놀라운 점은 식물만이 아니다. 토양이 되살아나자 생물들이 돌아왔다. 수달, 비버, 물고기, 거북, 눈올빼미, 독수리 등이 복원된 강 주변에 다시 정착하기 시작했다. 찰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들을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엔지니어들”이라고 부른다. 인간이 만든 조경이 아니라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생태계가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적 같은 사건은 단순히 낭만적인 복귀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복원된 생명들이 장기적으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인간의 간섭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복원은 되살리는 행위이지만 동시에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즉,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환경이 함께 회복되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 토론토 해안가에서는 과거 산업 폐허였던 땅 위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물가를 따라 카누를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흙 속 깊이 묻혀 있던 씨앗들이 다시 자라며 만들어낸 변화다. 리스킨은 “이 흙 속에서 생명이 다시 깨어날 거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그 순간은 정말로 눈물이 날 만큼 벅찼다”고 회상했다.
100년 넘게 묻혀 있던 생명들의 부활은 단순한 생태학적 사건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생명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때로는 흙 속 깊이 숨을 고르며 언젠가 다시 빛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발견은 그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우리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자연의 회복력은 여전히 우리 발아래 살아 숨 쉬고 있다.
BEST 뉴스
-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주문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외부 통제와 내부... -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16일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공급망과 인프라, 시장 확대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나선다. 오는 16일에는 5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
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 -
경기도,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에 ‘AI 자립비서’ 도입…안전·건강·일상생활 지원
▲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AI와 IoT를 활용해 안전·건강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AI 자립비서’ 사업을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안전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과 ... -
우주에서 포착한 사우디 사막…모래언덕이 그려낸 ‘지구의 예술’
▲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 [사진=Jessica Meir x]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 능선이 굽이치고, 능선을 따라 생긴 그림자가 대지 위에 독특한 무늬를 만든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내려다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 풍경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 -
사라지는 로힝야족의 마을, 폭력 피해 떠났지만 돌아갈 땅마저 잃는다
▲ UNHCR이 2026년 6월 공개한 콕스바자르 난민촌 항공사진 [사진=UNHCR]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박해와 강제이주를 겪어온 로힝야족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살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귀환할 수 있는 삶의 기반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
[서정태의 ESG현장클리닉④] 중소기업의 공급망 ESG 평가대응, ESG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최근 ESG는 대기업이나 상장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외 바이어와 대기...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