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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곧 생명이다... 사라야쿠 키추아족, ‘카우삭 사차(Kawsak Sacha)’ 선언으로 자연과 권리의 새로운 관계 제안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5.10.1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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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콰도르 아마존에서 대대로 이어온 지혜로 기후·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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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야크 와시(Tayak Wasi) 학교 행사 [사진=Pueblo Originario Kichwa de Sarayaku+UNDP]

 

에콰도르의 깊은 아마존 우림 속 보보나자 강 유역에 자리한 사라야쿠(Sarayaku)는 배나 경비행기로만 닿을 수 있는 외딴 지역이지만 지금 세계가 주목하는 ‘살아 있는 숲(Living Forest)’의 중심지이다. 


이곳에서 키추아(Kichwa) 원주민들은 수세기 동안 이어온 지혜와 신념으로 자신들의 터전을 지켜왔고 산업 개발과 환경 파괴의 거센 압력 속에서도 숲을 하나의 생명체이자 권리를 가진 존재로 대우해야 한다는 새로운 철학을 제시했다. 


사라야쿠 사람들은 자연을 인간의 소유나 자원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에게 숲은 조상들의 영혼이 깃든 공간이자 사람과 동물 그리고 물과 바람이 함께 호흡하는 살아 있는 존재다. 이들은 이를 ‘카우삭 사차(Kawsak Sacha)’라고 부른다. 스페인어로 ‘Selva Viviente’, 즉 ‘살아 있는 숲’이라는 뜻을 지닌 이 개념은 자연을 법적 권리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독창적인 세계관에서 출발했다. 


2018년 키추아 공동체는 수도 키토에서 공식적으로 ‘카우삭 사차 선언’을 발표하며 숲의 권리 보장과 산업 개발로부터의 완전한 보호를 요구했다. 선언문은 단순한 보호 구호가 아니라 사냥·어업·농업·전통의학 등 모든 생활 방식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려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담고 있다.


사라야쿠의 철학은 ‘수막 카우사이(Sumak Kawsay)’라는 사상과 맞닿아 있다. 이는 ‘좋은 삶(Good Living)’으로 번역되지만 단순한 물질적 풍요를 넘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영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키추아 사람들은 자신들이 오랜 세월 축적한 전통 지식이야말로 오늘날의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 그리고 팬데믹과 같은 인류 공동의 위기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라야쿠 공동체는 ‘생명의 영토(territories of life)’라는 개념 아래 자신들의 땅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제도적 노력도 병행했다. 2020년에는 ICCA(원주민·지역사회 보전구역) 글로벌 등록부에 공식 등록되며 원주민이 주체가 되어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음을 세계에 보여줬다.


하지만 이들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자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 직후 폭우가 쏟아지며 보보나자 강이 범람해 마을 전체가 큰 피해를 입었다. 수십 년 만의 대홍수 속에서도 사라야쿠 사람들은 공동체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절반의 주민이 사냥용 오두막으로 대피하고 공동체 지도자들은 식량과 생필품을 나누며 외부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도 자급자족을 이어갔다. 그들은 또한 조상의 지혜를 되살려 자연 약재와 전통 의학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지역 언어로 번역된 코로나19 예방 정보를 공동체 내에 신속히 전달했다.


이러한 대응은 단지 위기 극복에 머물지 않았다. 사라야쿠 사람들은 전통 지식의 복원과 공유를 통해 환경보호와 건강 증진을 함께 이루려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엔의 ‘ICCA-글로벌 지원 이니셔티브(GSI)’는 이들의 전통 의학을 활용한 농 생태계 복원사업을 후원하며 지역 지식의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사라야쿠 공동체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국제 환경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기후 위기와 생태계 붕괴가 심화되는 시대에 자연을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를 가진 존재’로 인식하는 법적·윤리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카우삭 사차’는 원주민의 전통 속에서 태어났지만 인류 전체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사회적 계약(social contract)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조상의 지혜와 지식을 강화해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그 속에서 기후 위기와 사회적·문화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라야쿠의 지도자 호세 과링가(José Gualinga)의 이 말처럼 살아 있는 숲의 철학은 단지 한 지역의 선언이 아니라, 지구가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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