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닐기리에서(Nilgiris) 인도, 숲과 땅이 삶인 곳에서 대안은 작지만 그 영향은 크다.
인도의 남서부, 타밀나두와 케랄라 주에 걸쳐 있는 닐기리 생물권보전구역은 무성한 열대우림과 구릉지로 이루어진 곳이다. 이곳에는 수백 년 동안 숲과 더불어 살아온 토착 공동체들이 있다. 그들은 땅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숲은 모두의 삶을 지탱하는 공간이며, 그 안에서 얻는 자원은 함께 돌보고 나누어야 할 대상이다. 이런 공동체적 사고에서 출발한 생산자 협동체가 바로 ‘아디말라이 파장구디야나르 프로듀서 컴퍼니(Aadhimalai Pazhangudiyinar Producer Company Limited)’이다.
이 조직은 2013년 비영리단체 키스톤 재단(Keystone Foundation)의 지원 아래 설립되었다. 키스톤 재단은 오랫동안 닐기리 지역의 토착민들과 함께 환경보전과 생계 개선을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아디말라이는 그러한 노력의 결실로, 숲에서 얻은 비임목산물—꿀, 아말라(amla), 시카카이(shikakai), 비누콩(soap nuts), 각종 베리류 등을 공동으로 수확하고 가공해 시장에 내놓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공동체는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디말라이(Aadhimalai)는 우리 자신의 회사”라고 말한다. 실제로 모든 조합원은 공동 소유주이며, 이익은 구성원들에게 공정하게 분배된다. 제품 가격 또한 기존 시장보다 약 30퍼센트 높게 책정되어 오랫동안 외부 상인들의 착취에 시달려온 토착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한다. 과거에는 외부 상인들이 낮은 단가로 물건을 사들이거나 무게를 속이는 일이 빈번했으나, 지금은 정확한 계량과 투명한 거래가 보장된다.
아디말라이(Aadhimalai)는 생산 과정에서 생태적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맨발 생태학자(barefoot ecologists)’로 불리며, 스스로 채집량을 기록하고 숲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꿀 채집의 경우 전체 벌집의 40퍼센트를 넘지 않게 하는 규칙을 두어 벌 군집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또한 지역 내 묘목장을 통해 토종 나무와 식물을 재배하고 다시 숲에 심는 복원 활동도 이어간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들의 주도적 참여다. 아디말라이의 생산 센터 대부분은 여성들이 운영하며 50명의 상근 직원 중 42명이 여성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가공과 품질 관리를 담당할 뿐 아니라, 외부 단체에 기술을 전수하고 각종 포럼에서 공동체를 대표한다. 회사 이사회 7명 중 3명도 여성이다. 이런 구조는 단순한 성평등을 넘어, 공동체 내부의 의사결정과 경제활동 전반에서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디말라이는 농산물과 비임목산물을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하고 지역 내에서 가공하여 커피, 후추, 곡물, 향신료, 과일 등 다양한 상품을 생산한다. 이러한 제품은 인근 마을뿐 아니라 도시 소비자에게도 판매되며, 수익은 다시 공동체 운영과 산림 복원에 쓰인다. 동시에 이들은 다른 부족 지역에도 교육과 기술을 제공하며, 인도의 여러 토착 사회가 비슷한 방식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여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닐기리 생물권보전구역에는 여전히 명확한 완충지대와 전환 구역이 지정되지 않아 수력발전소나 관광개발 등의 외부 사업이 공동체의 생태권과 생활권을 침범하는 경우가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불규칙한 강우와 병충해도 생산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공동체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토지권 보장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디말라이는 ‘대안적 시장’이라는 이름 아래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의 방식은 오히려 미래의 주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시대에 지역의 전통 지식과 자원을 기반으로 한 자립적 경제 구조가 지속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디말라이의 CEO 제스틴 폴스(Jestin Pauls)는 “우리 조직은 바로 공동체 그 자체”라고 말한다. 그는 토착민 스스로가 기업가로 성장하고 생태를 지키며 경제를 꾸려나가는 이 모델이 더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지 인도의 한 숲속 마을의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주류’라 부르는 경제 체제의 방향을 다시 묻는 이야기이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식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BEST 뉴스
-
국민 10명 중 4명 토지 보유… 개인 토지소유자 2012만 명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약 40%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개인 토지소유자는 2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토지 보유 면적은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말 ... -
문체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패러게임' 준비단 출범…선수단 안전·편의 지원 본격화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공식 로고 [사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는 9월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아시안 패러게임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선수단과 대회 관람객의 안전 및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 준비단을 ... -
5억3900만 년 기후의 비밀 풀었다… “지구는 스스로 온도를 조절해 왔다”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지구는 지난 5억3900만 년 동안 빙하기와 초온난기를 반복하면서도 전체 평균기온을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암석 속에 남겨진 화학적 흔적과 첨단 기후모델을 결합해... -
서울시-메가MGC커피, 커피박 재활용 활성화 협약
▲ 왼쪽부터) 이호민 메가커피 CMO(chief marketing officer), 윤재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카페에서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인 커피박(커피를 추출한 뒤 남는 부산물)의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프랜차이즈 업계와 손을 잡았다. 서울시는 지난 7월 30일 ... -
상반기 신규 등록 차량 23%가 전기차…친환경차 395만 대 돌파
▲ 충전중인 전기차 [사진=ESG코리아뉴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 자동차 4대 가운데 1대에 가까운 차량이 전기차였으며, 친환경차 누적 등록 대수는 처음으로 395만 대를 넘어섰다. ... -
금천구시설관리공단, 금천장애인복지관과 협력…최중증 발달장애인 체육활동 지원
▲ 금빛휘트니스센터 전경 [사진=금천구시설관리공단] 서울특별시 금천구시설관리공단이 금천장애인복지관과 협력해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건강 증진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맞춤형 체육활동 지원에 나섰다. 금천구시설관리공단은 금빛휘트니스센터를 통해 신체활동 기회가 상대...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