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키워드

  •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대안적 토착 식품 시장을 주류로 인도의 아디말라이(Aadhimalai) 사례에서 배우는 것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5.10.18 08:15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 닐기리에서(Nilgiris) 인도, 숲과 땅이 삶인 곳에서 대안은 작지만 그 영향은 크다.

1.png
▲ 닐기리 생물권 보호구역 내 아디말라이 농장에서 농부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Aadhimalai Pazhangudiyinar Producer Company Limited+UNDP]

 

인도의 남서부, 타밀나두와 케랄라 주에 걸쳐 있는 닐기리 생물권보전구역은 무성한 열대우림과 구릉지로 이루어진 곳이다. 이곳에는 수백 년 동안 숲과 더불어 살아온 토착 공동체들이 있다. 그들은 땅을 소유의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숲은 모두의 삶을 지탱하는 공간이며, 그 안에서 얻는 자원은 함께 돌보고 나누어야 할 대상이다. 이런 공동체적 사고에서 출발한 생산자 협동체가 바로 ‘아디말라이 파장구디야나르 프로듀서 컴퍼니(Aadhimalai Pazhangudiyinar Producer Company Limited)’이다.


이 조직은 2013년 비영리단체 키스톤 재단(Keystone Foundation)의 지원 아래 설립되었다. 키스톤 재단은 오랫동안 닐기리 지역의 토착민들과 함께 환경보전과 생계 개선을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아디말라이는 그러한 노력의 결실로, 숲에서 얻은 비임목산물—꿀, 아말라(amla), 시카카이(shikakai), 비누콩(soap nuts), 각종 베리류 등을 공동으로 수확하고 가공해 시장에 내놓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공동체는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디말라이(Aadhimalai)는 우리 자신의 회사”라고 말한다. 실제로 모든 조합원은 공동 소유주이며, 이익은 구성원들에게 공정하게 분배된다. 제품 가격 또한 기존 시장보다 약 30퍼센트 높게 책정되어 오랫동안 외부 상인들의 착취에 시달려온 토착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한다. 과거에는 외부 상인들이 낮은 단가로 물건을 사들이거나 무게를 속이는 일이 빈번했으나, 지금은 정확한 계량과 투명한 거래가 보장된다.


아디말라이(Aadhimalai)는 생산 과정에서 생태적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맨발 생태학자(barefoot ecologists)’로 불리며, 스스로 채집량을 기록하고 숲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꿀 채집의 경우 전체 벌집의 40퍼센트를 넘지 않게 하는 규칙을 두어 벌 군집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또한 지역 내 묘목장을 통해 토종 나무와 식물을 재배하고 다시 숲에 심는 복원 활동도 이어간다.


흥미로운 점은 여성들의 주도적 참여다. 아디말라이의 생산 센터 대부분은 여성들이 운영하며 50명의 상근 직원 중 42명이 여성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가공과 품질 관리를 담당할 뿐 아니라, 외부 단체에 기술을 전수하고 각종 포럼에서 공동체를 대표한다. 회사 이사회 7명 중 3명도 여성이다. 이런 구조는 단순한 성평등을 넘어, 공동체 내부의 의사결정과 경제활동 전반에서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디말라이는 농산물과 비임목산물을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하고 지역 내에서 가공하여 커피, 후추, 곡물, 향신료, 과일 등 다양한 상품을 생산한다. 이러한 제품은 인근 마을뿐 아니라 도시 소비자에게도 판매되며, 수익은 다시 공동체 운영과 산림 복원에 쓰인다. 동시에 이들은 다른 부족 지역에도 교육과 기술을 제공하며, 인도의 여러 토착 사회가 비슷한 방식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여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닐기리 생물권보전구역에는 여전히 명확한 완충지대와 전환 구역이 지정되지 않아 수력발전소나 관광개발 등의 외부 사업이 공동체의 생태권과 생활권을 침범하는 경우가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불규칙한 강우와 병충해도 생산에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공동체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토지권 보장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디말라이는 ‘대안적 시장’이라는 이름 아래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의 방식은 오히려 미래의 주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는 시대에 지역의 전통 지식과 자원을 기반으로 한 자립적 경제 구조가 지속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디말라이의 CEO 제스틴 폴스(Jestin Pauls)는 “우리 조직은 바로 공동체 그 자체”라고 말한다. 그는 토착민 스스로가 기업가로 성장하고 생태를 지키며 경제를 꾸려나가는 이 모델이 더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지 인도의 한 숲속 마을의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주류’라 부르는 경제 체제의 방향을 다시 묻는 이야기이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식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ESG코리아뉴스 & www.esgkorea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미국 건국 250주년 맞아 플로리다에 ‘레이디 컬럼비아’ 동상 세워
  • 전 세계 1억1700만 개 호수 위기…UN “기후변화·오염이 생태계 위협”
  • 색채에 담긴 시간, 문화유산에 담긴 책임…평창 상원사 목조제석천의좌상이 전하는 역사
  • 임업인 경영 부담 줄이고 정원산업 지원 확대…산림 관련 3개 법률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롯데손해보험, 모유수유실 ‘아기와 함께 행복한 방’ 1160호 개소
  • LS이링크·동아일렉콤, 전기버스 충전 인프라 확대 맞손…친환경 모빌리티 시장 공략
  • “인류의 가장 친한 친구, 개”…고대 DNA가 밝혀낸 1만 년 이상의 동행
  • 북극곰이 얼음 구멍을 내려다본 순간…‘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62회 수상작 미리 공개
  • [이슈 포커스] 가장 가까운 동맹에서 관세 전쟁 상대로…미국·캐나다 관계 어디로 가나
  • 네팔·중국 국경 덮친 대홍수…160명 사망·수백 명 실종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대안적 토착 식품 시장을 주류로 인도의 아디말라이(Aadhimalai) 사례에서 배우는 것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