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5월 폐지한 ‘십억 달러 규모 기상·기후 재해 데이터베이스’가 민간 비영리 단체를 통해 부활했다. 그리고 그 첫 보고서에서 미국은 2025년 상반기에만 1,014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1980년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상반기를 맞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원래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1980년대부터 운영해 온 것으로 피해액이 10억 달러 이상인 기상 및 기후 재해의 경제적 피해를 기록하는 중요한 공공 자료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기관의 규모를 축소하고 기후 관련 프로그램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NOAA는 올해 초 데이터베이스의 업데이트를 중단했다. 당시 백악관은 “우선순위 조정과 예산 효율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과학계와 보험업계, 의회 인사들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기후 연구 비영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 이 이 공백을 메웠다. NOAA에서 20년간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Adam B. Smith) 박사가 은퇴 후 직접 합류하면서 데이터베이스는 기존과 동일한 방법론으로 재구축됐다. 그는 “이 데이터 세트는 너무 중요해 사라질 수 없었다”며 “보험사, 재보험사, 정책 입안자, 학계, 지역사회가 모두 그 부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스미스가 새롭게 분석한 결과 2025년 상반기 동안 미국은 총 14건의 ‘십억 달러 이상’ 재난을 겪었다. 1월 로스앤젤레스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약 612억 달러의 피해를 입히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산불로 기록됐다. 이어 3월 중순에는 토네이도가 중부 지역을 강타해 광범위한 피해를 남겼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올해 허리케인이 상륙하지 않았음에도 전체 손실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외신에서 보고한 이 데이터베이스의 장기 추세를 보면 기상 재해는 점점 더 빈번하고 파괴적으로 변하고 있다. 1980년부터 2024년까지는 연평균 9건의 ‘십억 달러 재난’이 발생했지만, 지난 5년간 그 수는 연평균 24건으로 급증했다. 단일 연도 최다 기록은 2023년의 28건이었다.
스미스는 이러한 추세가 단순히 기후 변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는 “인구 증가와 도시 확장, 건물 및 기반시설의 증가로 인해 더 많은 자산이 위험에 노출되었다”며 “결국 피해의 증가는 인간의 활동과 선택에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가 폭풍, 산불, 홍수 등 극단적 기상의 강도를 높이고 빈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번 데이터베이스의 부활은 단순한 기술적 복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국 정부가 중단한 공공 데이터가 민간의 손에 의해 이어졌다는 점에서 과학적 정보의 지속성과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고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아담 시프는 NOAA에 데이터베이스 복원을 촉구하며 “국민의 안전과 경제적 안정을 위해서는 사실 기반의 데이터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중앙의 새 데이터베이스는 앞으로 보험사, 정책기관, 언론, 학계 등이 재해 위험을 평가하고 대응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와 사회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스미스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재난의 원인을 단일 요인으로 돌릴 수 없다. 하지만 데이터를 통해 무엇이 위험을 키우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며 “그 정보가 바로 우리가 더 나은 선택을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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