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로 가는 길, 여성의 목소리를 재조명하다.
유엔개발계획(UNDP)과 스웨덴의 평화·안보·개발 전문기관인 폴케 베르나도테 아카데미(FBA)가 공동으로 주최한 멀티미디어 전시회 ‘HE[R]EAL – Her Reality: Reclaiming DDR’s Eyes’가 또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025년 10월 28일부터 29일까지 뉴욕 스칸디나비아 하우스에서 열린 이 전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325호 채택 25주년을 기념하여 전쟁 이후 사회의 무장해제(Disarmament), 동원해제(Demobilization), 재통합(Reintegration, DDR) 과정 속에서 여성들이 경험한 현실과 그들의 목소리를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UNDP와 FBA는 전시회를 통해 DDR 과정이 평화를 구축하는 핵심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이 이 과정에서 배제되고 과소 대표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드러냈다.
전시 제목인 HE[R]EAL에는 ‘그녀의 현실(Her Reality)’을 의미하는 동시에 지금 여기(Here)에서 진실을 직시하자는 중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전시는 “현상 유지를 의심하고, 너무 자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며, 여성 전투원들의 다양하고 영감을 주는 삶을 조명하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DDR은 유엔 통합무장해제·동원해제·재통합 표준(IDDRS)에 따라 분쟁 이후 사회가 무력 충돌에서 평화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성 전투원과 여성 피해자들이 정책 설계나 실행 단계에서 제대로 고려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별에 따른 편견, 사회적 낙인, 경제적 배제 등이 이들의 재통합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평화협상과 재건 정책에서도 여성의 참여율은 여전히 10% 미만에 머물고 있다.
UNDP의 안정화 및 재통합 글로벌 고문 글라우시아 보이어(Glaucia Boyer)는 “HE[R]EAL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성찰이자 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였다며 “여성의 목소리와 경험이 들리기 전에는 진정한 평화를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예술가 아리엘 바스티앙(Arielle Bastien)과 UNDP·FBA 협력팀이 참여하여 여성 전투원과 지역사회 여성들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영상·사진·설치 예술을 통해 관람객에게 ‘평화의 다른 얼굴’을 보여주어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1325호 결의안은 2000년에 채택되어 국제사회가 평화와 안보의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도록 촉구한 역사적인 문서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이행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UNDP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평화협상 참가자 중 여성의 비율은 9.6%에 불과하며 여성단체에 대한 국제기금 지원 비율 역시 전체의 0.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제도적 약속이 현실 속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전시회는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출발한다. 무장단체의 여성 구성원, 전투 이후 사회 복귀를 시도하는 여성들, 그리고 분쟁 피해 지역의 여성 활동가들이 중심에 서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예술로 표현했던 것이 중요했다. 그들의 경험은 단순한 피해자의 서사가 아니라 평화의 주체로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과정으로 그려져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UNDP와 FBA는 “HE[R]EAL은 여성의 눈으로 DDR을 다시 보는 자리이며 평화와 젠더 정의를 연결하는 새로운 담론의 시작점”이었다. 지난 10월 이틀간의 전시가 끝난 후에도 두 기관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DDR 프로그램 설계와 국제개발 정책 전반에 젠더 관점을 강화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국제사회의 다양한 분쟁과 여성의 문제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결국 HE[R]EAL은 단순히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예술 전시를 넘어 ‘평화는 누구의 시선으로 정의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여성의 존재가 주변부로 밀려난 채 평화를 이야기할 수는 없으며, 이들의 경험과 참여 없이는 사회 통합과 지속 가능한 평화도 완성될 수 없다는 메시지가 전세계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전시는 분쟁 이후 사회가 진정한 회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성의 현실을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강력한 선언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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