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강 서안지구의 가을은 오랜 세월 동안 올리브 수확의 계절이었다. 수천 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 시기에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올리브를 따고 기름을 짜며 그해의 결실을 축하했다.
그러나 이제 이 전통은 점점 더 폭력과 공포에 둘러싸이고 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공격과 군의 봉쇄가 일상이 되면서 팔레스타인 농부들에게 수확은 ‘생계의 일’이 아니라 ‘생존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CNN에 따르면, 72세의 움 슈크리는 50년 넘게 가꿔온 올리브밭을 다시 찾았다. 그러나 그녀를 맞이한 것은 익숙한 푸른 잎이 아니라 꺾이고 메말라버린 나무들이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밭에 소를 풀어놓아 나무들을 훼손했고, 그녀의 집까지 약탈당했다. 태양광 패널은 사라지고 물탱크는 파괴되었으며 관개용 파이프는 찢겨 있었다.
이와 같은 사례는 결코 예외가 아니다. 유엔 인권사무소(OHCHR)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에만 정착민 폭력으로 인한 사상자 및 재산 피해 사건이 757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수치로 팔레스타인 농민들에게는 일상의 위험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올리브 수확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4,000그루 이상의 나무가 파손되었고 최소 259건의 직접적인 공격이 발생했다.
이 폭력은 종종 이스라엘 군의 묵인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여러 영상에는 가면을 쓴 정착민들이 곤봉과 막대기를 들고 팔레스타인 농부들과 그들을 도우려 온 유대인 활동가들을 공격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심지어 일부 장면에서는 군인들이 그 곁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이를 지켜보거나 때로는 함께 행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팔레스타인 농부들은 “군이 정착민을 보호하고, 우리는 군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정의를 구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서안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군사 법정의 관할 아래 있지만 정착민들은 이스라엘 민법의 적용을 받는 ‘이중 법체계’가 존재한다.
그 결과 농부들은 자신들의 땅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군은 “마찰 방지”를 이유로 수확철마다 팔레스타인 농경지를 ‘군사 폐쇄 구역’으로 지정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를 ‘사유지 강탈의 제도화’로 본다.
카라왓 바니 하산 마을에서는 정착민과 군인들이 함께 나타나 농부들을 구타하고 올리브를 훔치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인권을 위한 랍비(RHR)’에 소속된 활동가들이 동행했음에도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이 단체는 “정부가 시민 사회의 감시를 억압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폭력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올리브나무는 포기할 수 없는 존재다.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단지 농작물이 아닌 세대를 잇는 유산이자 정체성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올리브 수확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우리가 이 땅에 있다’는 존재의 증명이다.
유엔 인권사무소장 아지트 숭가이는 “올리브는 팔레스타인의 생계이자 혈통이며 회복력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의 약 10만 가구가 올리브 재배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농촌 경제의 중추를 이룬다.
그러나 이 땅의 현실은 점점 더 가혹해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불법 전초기지를 합법화하며 정착촌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서안지구 내 정착촌 수를 “두 배로 늘렸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 사이 팔레스타인 농부들은 점점 더 좁아지는 토지와 늘어나는 검문소 그리고 끊이지 않는 폭력 속에서 올리브 수확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나무 곁을 떠나지 않는다. 한 농부는 “올리브를 딴다는 건 단지 기름을 짜기 위한 게 아닙니다. 이건 우리의 땅을 지키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정착민들의 공격이 아무리 거세져도 매년 팔레스타인의 올리브밭에는 사람들이 다시 모인다. 그들의 손끝에서 떨어지는 작은 열매 하나하나가 폭력에 굴하지 않는 의지의 증거가 되고 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올리브 수확은 단순한 농사철의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인간의 저항이며 뿌리를 지우려는 폭력에 맞서는 ‘평화의 선언’이다. 죽어가는 나무들 사이에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의 땅을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버티고 있다.
BEST 뉴스
-
국민 10명 중 4명 토지 보유… 개인 토지소유자 2012만 명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약 40%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개인 토지소유자는 2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토지 보유 면적은 60대 이상 고령층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말 ... -
문체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패러게임' 준비단 출범…선수단 안전·편의 지원 본격화
▲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공식 로고 [사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는 9월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아시안 패러게임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선수단과 대회 관람객의 안전 및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 준비단을 ... -
5억3900만 년 기후의 비밀 풀었다… “지구는 스스로 온도를 조절해 왔다”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지구는 지난 5억3900만 년 동안 빙하기와 초온난기를 반복하면서도 전체 평균기온을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암석 속에 남겨진 화학적 흔적과 첨단 기후모델을 결합해... -
서울시-메가MGC커피, 커피박 재활용 활성화 협약
▲ 왼쪽부터) 이호민 메가커피 CMO(chief marketing officer), 윤재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카페에서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인 커피박(커피를 추출한 뒤 남는 부산물)의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프랜차이즈 업계와 손을 잡았다. 서울시는 지난 7월 30일 ... -
상반기 신규 등록 차량 23%가 전기차…친환경차 395만 대 돌파
▲ 충전중인 전기차 [사진=ESG코리아뉴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신규 등록 자동차 4대 가운데 1대에 가까운 차량이 전기차였으며, 친환경차 누적 등록 대수는 처음으로 395만 대를 넘어섰다. ... -
지단, 프랑스 축구 새 사령탑 선임…한국은 감독 선임 논란에 청문회까지
▲ 프랑스축구연맹(FFF)이 프랑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지네딘 지단을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공식 선임했다. [사진=Pinterest] 프랑스축구연맹(FFF)이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지네딘 지단을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공식 선임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