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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빙하 ‘조기경보 장치’가 울린다… 각국, 새 보호 체계 논의 착수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5.12.02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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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EP 후원자 루이스 퓨가 2017년 남극 해역에서 수영하고 있습니다. [사진=올레 노르델+UNEP]

 

전 세계 빙하는 지금 인류에게 가장 명확한 경보를 보내고 있다. 기후 위기의 영향이 산악 지역에 집중되면서 스위스, 네팔, 파키스탄 등 고산 지대에서는 눈사태, 산사태, 빙하호 폭발 홍수와 같은 재난이 올해만도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급속히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실제로 국제 연구들은 이 같은 빙하호 폭발 위험에 노출된 인구가 약 1,50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최근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2024년에도 전 세계 대부분의 빙하 지역에서 질량 손실이 관측되며 3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는 기온 상승뿐 아니라 강설량 감소, 폭풍의 증가, 대기 오염으로 인한 알베도(햇빛 반사율) 저하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얼음 표면에 쌓이는 흑탄소나 먼지는 빙하를 어둡게 만들어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하게 하고 이는 융해 속도를 더욱 가속시킨다. 결과적으로 융해된 물은 영구동토층을 녹여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방출시키고 다시 온난화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빙하는 단순한 얼음 덩어리가 아니라 지구 담수의 70%를 저장하고 계절별 물 순환을 조절하며 수십억 인구가 의존하는 강 수계의 근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러나 이들의 붕괴 속도는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향후의 기온 상승 폭에 따라 빙하가 유지되는 정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C로 제한할 수 있다면 2020년 대비 빙하 질량의 절반 이상이 남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현재 정책 흐름에 따른 2.7~2.8°C 상승 시나리오에서는 25% 이내만 남게 된다. 이미 슬로베니아와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는 자국의 모든 빙하를 잃었으며 페루·우간다·인도네시아 등 열대 및 저지대 빙하 역시 이번 세기 안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빙하 붕괴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지역은 동아프리카이다.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산, 케냐 산, 르웬조리 산맥 등 아프리카 대륙에 남아 있는 마지막 빙하들은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소실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유럽우주국(ESA)의 위성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이 지역에 남은 빙하 면적은 1.36㎢에 불과해 2000년에 비해 300% 이상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케냐 산의 빙하에서 발원하는 응가레 은다레 강은 지난 10년 동안 수위가 30%나 감소하며, 이 물에 의존하는 주민 200만 명 이상이 농업 생산성 저하, 가축 피해, 물 부족 등 다양한 환경적 타격을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환경계획(UNEP)은 동아프리카 여러 국가 및 지역 단체들과 협력해 회복력 강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악 ADAPT 소액보조금 프로그램과 고도 적응 프로그램 등이 있으며, 이를 통해 산림 복원, 물 관리 개선, 기후 스마트 농업 도입, 생계 다변화와 같은 실질적 적응 전략을 현장에서 지원하고 있다. 케냐 산 인근의 야쿠 공동체는 2025년 지원금으로 새로운 급수 시스템과 기후 대응 작물을 도입해 400명 이상의 생계 안정에 기여했다.


빙하 문제는 이제 지역적 이슈를 넘어 국제사회의 새로운 정책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은 2025년을 ‘국제 빙하 보존의 해’, 3월 21일을 ‘세계 빙하의 날’로 지정했으며, 올해 12월 열리는 제7차 유엔환경총회(UNEA-7)에서는 빙권 관리와 빙하 보호를 위한 새로운 결의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UNEP 홍보대사이자 원정 수영가인 루이스 퓨는 케냐 산을 등반하며 빠르게 축소되는 빙하를 국제사회에 알릴 계획이다. 특히 대표적인 루이스 빙하는 최근 5년 동안 면적의 62%를 잃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빙하가 단순한 자연 경관이 아니라 지구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조기경보 장치라고 강조한다. 빙하가 사라지면 물과 식량, 생태계, 문화, 지역 사회의 안정성까지 다양한 요소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전략은 미래 세대가 어떤 지구를 물려받을지 결정하는 결정적 선택이 될 것이다. “1°C의 차이”가 수천 년 동안 유지돼 온 얼음의 운명을 가를 수 있다는 경고는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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