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에너지 부문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가장 강력한 일자리 창출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숙련 노동력 부족이 에너지 전환과 인프라 확장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에너지 고용 2025(World Energy Employment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에너지 부문 고용은 약 7,6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9년 대비 500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에너지 부문 고용 증가율(2.2%)은 전 세계 경제 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전력·청정에너지 중심으로 고용 구조 재편
해외 주요 언론과 국제기구 분석에 따르면, 이번 고용 증가는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확대가 주도했다. 특히 전력 부문은 최근 증가한 에너지 일자리의 약 75%를 차지하며, 연료 공급 부문을 제치고 에너지 산업 최대 고용 분야로 부상했다.
태양광 발전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고용 분야로 꼽혔으며, 원자력 발전, 전력망 확충, 에너지 저장 시스템 분야에서도 고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해외 매체는 “전력화(electrification)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에너지 고용의 무게 중심이 발전·망·저장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EV) 제조와 배터리 산업에서도 고용이 급증해, 2024년까지 관련 일자리가 약 80만 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연료 고용 ‘지역별 온도차’…장기적 감소 불가피
한편, 화석연료 산업의 고용은 지역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에서 석탄 관련 일자리가 반등하면서 글로벌 석탄 고용은 2019년 대비 8%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석유·가스 산업 역시 팬데믹 시기 감소했던 일자리 대부분을 회복했다.
그러나 IEA와 OECD는 저유가 기조와 에너지 전환 가속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2025년 이후 화석연료 부문의 고용 감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에너지 부문 전체 고용 증가율은 2025년 1.3%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이 없다”…숙련 노동력 부족, 에너지 전환의 최대 리스크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숙련 인력 부족이다. IEA 에너지 고용 조사에 참여한 전 세계 700여 개 에너지 기업, 노조, 교육기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심각한 채용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기기사, 배관공, 송전선 작업자, 발전소 운영자, 원자력 엔지니어 등 응용 기술직의 인력난이 두드러진다. 이들 직종에서는 2019년 이후 25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으며, 현재 전 세계 에너지 종사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가 인력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25세 미만 신규 에너지 종사자 1명당 2.4명이 은퇴를 앞두고 있으며, 원자력과 전력망 분야는 특히 인구 구조적 압박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 26억 달러 투자면 충분”…정책 해법도 제시
IEA는 2030년까지 기술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에너지 부문 신규 숙련 인력 유입을 40%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추가 투자는 연간 26억 달러로, 전 세계 교육 지출의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주요 정책 수단으로 ▲에너지 교육을 위한 맞춤형 재정 지원 ▲도제·현장 실습 프로그램 확대 ▲민간 부문의 교육과정 설계 참여 ▲교육·훈련 인프라 투자 확대를 제시했다. 또한 화석연료 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재교육(reskilling) 정책이 에너지 전환의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티흐 비롤 IEA 사무총장은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에너지는 불확실한 시대에도 가장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원 중 하나였지만, 충분한 숙련 인력이 없다면 전환 속도는 늦어지고 비용은 증가할 것”이라며 “노동력 확보는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의 성패가 기술이나 자본이 아닌 ‘사람’에 달려 있다며, 향후 각국의 에너지 정책에서 인력 양성과 교육 투자가 핵심 의제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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