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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피난처 플로리다도 안전지대 아니다…기후위기가 깨뜨린 북미의 계절 공식

  • 하윤아 기자
  • 입력 2026.02.0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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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에도 온화한 날씨의 플로리다 해변 [사진=Jeffrey Eisen]

 

미국 전역을 덮친 기록적인 북극 한파가 마침내 플로리다 남부까지 밀려 내려오면서 북미의 오랜 ‘계절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겨울이면 추위를 피해 북부 미국인과 캐나다인들이 내려오던 플로리다가 이제는 동결 경보와 눈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지역이 된 것이다.


AP통신과 미 국립기상청(NWS) 등에 따르면, 이번 한파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로키산맥 동쪽의 어떤 주도 피하지 못했다. 특히 플로리다에서는 지난 15년간 가장 추운 날씨가 예상되며 멕시코만 연안에서는 드물게 ‘해양성 눈보라’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국립기상청 탬파베이 지부는 “오렌지 카운티에서 탬파 지역에 이르기까지 눈송이를 볼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따뜻한 멕시코만 해수면 위로 차가운 공기가 유입되며 발생하는 이른바 ‘멕시코만 효과’ 현상으로 호수 효과 눈과 유사한 메커니즘이다.


이구아나가 떨어지는 도시…플로리다의 낯선 겨울


플로리다 대부분 지역에는 이미 극심한 한파 및 결빙 경보가 발령됐다. 일요일 아침에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영하 또는 영하에 가까운 기온이 예보되면서 보호되지 않은 수도관 파열, 농작물 피해, 노숙인과 난방 시설이 없는 주민들의 안전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플로리다 특유의 풍경이었던 ‘추위에 굳은 이구아나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현상’도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지 당국은 주민들에게 “떨어지는 이구아나에 주의하라”는 이례적인 경고까지 내놓았다.


수백 개의 기온 기록 경신…미국 전역이 얼어붙다


이번 한파로 월요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200개 이상의 일일 최저 기온 기록이 경신되거나 동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남부와 동부 지역은 평년보다 기온이 30도 이상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테네시와 미시시피에서는 지난주 겨울 폭풍 이후 정전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 한파가 예보돼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PowerOutage.us에 따르면 남부 지역에서 20만 가구 이상이 여전히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내슈빌과 미시시피주 투펠로는 해당 날짜 기준 최저 기온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으며, 애틀랜타 역시 2022년 이후 가장 추운 하루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북부로 올라가면 필라델피아와 워싱턴 D.C.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긴 ‘영하 행진’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플로리다는 항상 따뜻하다”는 믿음의 붕괴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단순한 이상 한파가 아니라 기후위기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화되고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패턴이 잦아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그동안 플로리다는 ‘겨울에도 따뜻한 안전지대’로 인식돼 왔다. 은퇴자와 계절 이주민, 이른바 ‘스노우버드(snowbird)’들이 겨울마다 북부와 캐나다에서 내려오는 대표적인 피난처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반복되는 한파, 기록적인 폭염, 허리케인 피해는 이 지역마저 기후위기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미 기후예측센터는 “다음 주 후반부터 극심한 추위가 점차 누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 자주, 더 극단적인 형태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깨지는 계절의 경계


한때 ‘겨울이 없는 곳’으로 불렸던 플로리다에 눈 가능성이 언급되는 지금, 북미의 계절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가면 안전하다는 믿음, 특정 지역은 항상 따뜻하다는 전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후위기는 날씨의 평균값뿐 아니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의지해 온 삶의 규칙과 이동의 공식까지 바꾸고 있다. 플로리다의 이례적인 한파는 그 변화가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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