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Andalucía)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최소 12명이 숨지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유럽 전역에 기후위기가 불러온 산불 재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화재는 최근 수년간 스페인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스페인 정부와 현지 언론, 로이터통신, AP통신, CNN 등 해외 주요 매체에 따르면 산불은 알메리아(Almería) 주 로스 가야르도스(Los Gallardos) 인근에서 발생해 강풍과 폭염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됐다.
페르난도 그란데-말라스카(Fernando Grande-Marlaska) 스페인 내무부 장관은 460명 이상의 소방대원과 긴급구조 인력이 진화 작업에 투입됐으며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부상자 가운데 4명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토니오 산스(Antonio Sanz) 안달루시아 정부 비상대응 책임자는 약 1,405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긴급 대피했으며, 이번 화재를 "지역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산불"이라고 평가했다.
탈출하다 숨진 희생자들…강바닥이 '죽음의 함정'
가장 안타까운 장면은 주민들이 불길을 피해 탈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국에 따르면 일부 주민들은 차량을 이용해 탈출을 시도했지만 불길에 갇혀 차량 안에서 숨졌고, 또 다른 주민들은 마른 계곡과 강바닥을 따라 걸어서 피난하다가 급속히 번진 화염에 포위돼 목숨을 잃었다.
산스 장관은 "마른 강바닥이 오히려 치명적인 함정이 됐다"며 급격한 풍향 변화와 강풍이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국적과 신원은 DNA 감식 등을 거쳐 확인되고 있다.
강풍과 폭염이 만든 초대형 화재
현지 당국은 강한 서풍과 섭씨 40도 안팎의 폭염, 극도로 건조한 기후가 산불을 급속히 확산시킨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로스 가야르도스의 프란시스코 레예스 시장은 "불길이 너무 빠르게 번져 주민들을 연이어 대피시켜야 했으며 캠핑장에 머물던 수백 명도 긴급 소개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3,000헥타르 이상이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되며, 피해 면적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카디스대학교 생물학과 페르난도 오헤다(Fernando Ojeda) 교수는 "지중해 지역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의 초대형 산불"이라며 "최근 기후 변화가 산불의 강도와 규모를 크게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전역으로 번지는 산불
이번 산불은 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 남부와 포르투갈에서도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유럽 각국이 대규모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스페인 국경 인근까지 산불이 번졌고, 포르투갈에서는 산불 연기가 위성에서도 관측될 만큼 거대한 화염이 발생했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는 유럽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대륙이며, 온난화 속도가 지구 평균의 두 배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산불 키워
스페인 기상청(AEMET)은 최근 안달루시아 지역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보다 7도 이상 높은 기온이 관측됐다.
지난달에는 스페인, 프랑스, 영국이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을 기록했고 프랑스 일부 지역은 섭씨 40도를 넘어서는 극한 더위를 경험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건조 현상이 심화되면서 앞으로 유럽의 산불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규모 역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총리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 X를 통해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군과 민방위 인력을 추가 투입해 진화 작업과 실종자 수색을 계속하고 있으며, 정확한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기후위기가 초래한 극한재난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폭염과 장기간 이어지는 가뭄이 앞으로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산불 위험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하며 기후 적응과 산림 관리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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