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주 중부에 자리한 야키마(Yakima)는 과수원과 포도밭, 홉 농장으로 잘 알려진 도시다. 하지만 야키마를 조금 더 천천히 들여다보면 농업 풍경 너머로 강과 습지, 초원과 협곡이 이어지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속 풍경도 그런 야키마의 자연을 떠올리게 한다. 넓은 수면이 붉은빛을 띠고 있고, 그 주변으로 풀과 관목이 촘촘하게 자라 있다. 푸른 물과 붉은 수면, 옅은 색의 식생이 어우러지면서 마치 한 폭의 추상화 같은 모습이다. 다만 사진만으로 붉은색의 정확한 원인이나 촬영 지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계절과 수질, 식생의 상태에 따라 수변의 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키마의 자연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물이다. 건조한 기후가 나타나는 야키마 밸리를 야키마강(Yakima River)이 가로지르면서 강변과 습지, 연못 등의 수변 환경이 만들어진다.
건조한 계곡에 자리한 푸른 수변
야키마는 워싱턴주에서도 비교적 건조한 지역에 속한다. 야키마시는 연중 약 300일의 햇빛과 뚜렷한 사계절을 지역의 특징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여름에는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다.
이러한 기후 속에서 야키마강과 주변 습지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강변을 따라 형성된 숲과 습지, 연못은 물을 필요로 하는 식물뿐 아니라 다양한 조류와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공간이 된다.
특히 야키마강 주변에는 물새와 여러 야생조류가 찾아오는 수변 환경이 형성돼 있다. 워싱턴주 어류·야생동물부(Washington Department of Fish and Wildlife)는 야키마 지역의 습지와 연못이 조류의 번식과 이동, 월동에 중요한 서식처가 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야키마에서는 건조한 대지와 물을 머금은 습지가 만들어내는 대비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진처럼 수면과 식생이 가까이 맞닿아 있는 풍경 역시 이러한 자연환경을 보여주는 한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야키마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연
야키마에서 강변 풍경을 가까이 경험하고 싶다면 야키마 그린웨이(Yakima Greenway)가 대표적이다.
야키마강을 따라 조성된 그린웨이에는 산책로와 자전거길, 공원과 호수 등이 이어져 있다. 지역 관광자료에 따르면 약 20마일에 이르는 포장 구간을 따라 강변을 걸으며 야키마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곳의 매력은 특별한 시설보다 강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자연 자체에 있다. 계절에 따라 강변의 식생이 달라지고, 물가에는 다양한 새와 야생동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왜가리와 흰머리수리 등을 비롯한 여러 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도 야키마강 주변을 찾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도심 가까이에서 강과 숲, 습지를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야키마 그린웨이는 도시와 자연이 맞닿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습지
야키마의 수변 자연을 보다 깊이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는 야키마 스포츠맨 주립공원(Yakima Sportsman State Park)이 있다.
266에이커 규모의 이곳에는 강과 습지, 연못, 녹지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워싱턴주립공원은 산책과 하이킹, 낚시, 캠핑, 야생동물 관찰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습지는 야키마의 건조한 주변 환경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는 공간이기도 하며, 공원 안에는 습지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산책로와 부두도 마련돼 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 역시 이 지역의 습지와 연못이 다양한 야생동물에게 중요한 서식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건조한 동부 워싱턴의 풍경 속에서 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녹색 공간이 하나의 생태적 쉼터가 되는 셈이다.
강에서 협곡으로 이어지는 풍경
야키마의 자연은 강변의 평온한 풍경에서 끝나지 않는다. 야키마강을 따라가면 암벽과 초원이 어우러진 야키마강 캐니언(Yakima River Canyon)이 모습을 드러낸다.
약 27마일에 걸쳐 이어지는 협곡은 현무암 절벽과 초원, 강변 환경이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강 주변의 자연과 높은 암벽이 대비를 이루면서 중앙 워싱턴 특유의 지형을 보여준다.
이곳은 야생동물 관찰에도 적합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매와 독수리, 수리류를 비롯한 다양한 맹금류가 관찰되는 곳으로 소개된다.
강을 따라 걷다가 어느 순간 넓은 초원과 암벽으로 시야가 열리는 풍경은 야키마가 단순한 농업도시가 아니라 다양한 지형과 생태환경을 품고 있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연과 함께 자란 과수원과 포도밭
야키마 여행에서 농업 풍경은 자연스럽게 자연환경과 연결된다.
야키마 밸리는 사과와 체리 등 다양한 과일이 생산되는 대표적인 농업지역이며, 포도 재배와 와인 산업도 발달해 있다. 지역 곳곳에 포도밭과 와이너리가 자리하면서 농촌 풍경과 관광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홉 역시 야키마 밸리를 대표하는 농산물이다. 이 지역은 미국의 주요 홉 생산지 가운데 하나로, 홉 농장에서 수확한 원료가 지역 양조장과 맥주 문화로 이어진다.
여행자에게는 이런 산업 자체가 하나의 여행 콘텐츠가 된다. 강변을 걷고 습지를 둘러본 뒤 과수원과 포도밭을 지나고, 홉밭이 펼쳐진 농촌 풍경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야키마 밸리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가을에는 포도와 과일, 홉의 수확이 이어지면서 야키마의 농업 풍경이 더욱 뚜렷해진다. 수확철 농장과 와이너리, 신선한 홉을 활용한 지역 맥주 등은 이 시기에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 문화다.
철도와 이주의 역사가 남아 있는 도시
자연과 농업이 야키마의 현재를 보여준다면 철도는 도시가 형성된 과정을 보여준다.
야키마는 19세기 후반 철도 건설과 함께 도시의 중심지가 이동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1880년대 노던 퍼시픽 철도(Northern Pacific Railway)의 새로운 철도 거점이 기존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만들어지면서 도시의 중심도 함께 옮겨갔다.
당시 기존 마을의 건물들을 새로운 지역으로 옮기는 과정이 진행됐으며, 이후 새로운 도시가 성장하면서 ‘노스 야키마(North Yakima)’라는 이름이 사용됐다. 1918년에는 도시 이름이 다시 야키마로 변경됐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과 문화유산, 과거 전차 노선을 활용한 야키마 밸리 트롤리(Yakima Valley Trolleys) 등이 지역의 역사적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하는 야키마 여행
사진 속 붉은 수면은 야키마를 여행하는 또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유명한 랜드마크나 거대한 산을 찾아가는 여행과 달리, 물가의 식생과 수면의 색,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는 여행이다. 특히 야키마처럼 건조한 계곡과 강, 습지, 농경지가 함께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이러한 작은 자연의 변화가 지역의 특징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야키마에서는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수변 생태계를 살펴보고, 협곡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중앙 워싱턴의 지질과 지형을 만날 수 있다. 이후 과수원과 포도밭, 홉밭을 지나면서 자연환경이 지역의 농업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계절에 따라 풍경의 색도 달라진다. 봄에는 과수원에 꽃이 피고, 여름에는 포도밭과 농경지가 짙은 녹색으로 변한다. 가을이 되면 과일과 포도, 홉의 수확이 시작되면서 계곡 전체가 농업의 계절을 맞는다.
야키마는 한 가지 모습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여행지다. 건조한 대지와 푸른 강, 습지와 초원, 현무암 협곡,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과수원과 포도밭이 하나의 계곡 안에서 이어진다.
그래서 야키마 여행은 유명한 명소를 빠르게 둘러보는 것보다 강과 습지에서 시작해 협곡과 농장으로 이어지는 풍경의 변화를 따라가는 여행에 가깝다. 사진 속 붉은빛 수면처럼 평범해 보이는 자연의 한 장면에서도 야키마의 계절과 지형, 그리고 이 땅에서 이어져 온 생태와 농업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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