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 권력의 정점에 섰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다. 국정을 책임졌던 자리에서 한순간의 선택이 그의 모든 경력을 뒤흔들고, 인생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헌법 위에 군림하려 했던 권력의 그늘 속에서, 한 전 총리는 이제 역사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됐다. 권력의 정점에서 내린 최악의 선택은 그를 끝없는 나락으로 이끌고 있다.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8월 19일 오전 9시 30분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는 지난달 한 차례 소환 조사 이후 약 한 달 만의 소환이다. 최근 자택과 공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처음 이루어지는 조사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에 실질적으로 가담하거나 이를 방조한 핵심 인물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국무총리로서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거나 절차를 정당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한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이를 통해 그가 내란 행위의 공범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최초 작성한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에 새로 문건을 작성하고 기존 문건을 폐기했다는 의혹의 공범으로도 지목돼 있다. 특검 측은 대통령실 CCTV를 통해 한 전 총리가 계엄 문건을 직접 검토하는 장면까지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그가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에서 “계엄 문건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내용과 상반된다.
더불어, 그는 계엄 당일 밤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 통화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당시 통화 기록과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다각도로 검증 중이다.
이번 소환은 단순한 조사 절차를 넘어, 한 전 총리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가 대통령의 결정에 동조했는지 혹은 단순히 절차상 참여에 그쳤는지를 가리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이전에도 계엄 선포에 대해 “국무회의가 계엄 해제를 논의할 때까지 관련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왔지만, 점점 드러나는 물증과 진술 간 불일치가 법리적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는 국무총리로서의 상징적 역할 이상을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특검은 그가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부여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중추’였다고 본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특검이 한 전 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영장이 청구된다면 이는 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직 총리가 내란 혐의로 사법처리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법적 판단은 단순히 한 개인의 책임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의 제도적 방어 체계가 어디까지 작동했는지, 고위공직자들의 결정과 침묵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되짚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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