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동부 해안, 알리칸테 앞바다의 잔잔한 푸른 수면 위에는 작지만 특별한 섬이 하나 떠 있다. 이름은 누에바 타바르카(Nueva Tabarca). 길이 1.8km, 폭 400m 남짓한 이 작은 섬은 스페인에서 가장 작은 영구 거주 섬이자 지중해의 여유로움과 역사 그리고 자연의 순수함이 공존하는 곳이다.
한여름이면 수천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투명한 바다 위로 유리 바닥 페리가 산타 폴라 항구에서 오가며 방문객들은 하얀 돌담길과 해안 산책로를 거닐고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즐긴다. 그러나 해가 기울고 배편이 끊기면 섬은 다시 고요를 되찾는다. 남은 것은 파도 소리와 석양빛에 물든 성벽 그리고 거리를 거니는 고양이들뿐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 섬의 고양이 수는 주민보다 두 배가 많다고 한다.
누에바 타바르카의 매력은 단순한 휴양지의 이미지에 그치지 않는다. 이 섬은 18세기 지중해의 복잡한 역사를 간직한 장소다. 오늘날 타바르카 주민들의 조상은 사실 스페인 본토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한때 튀니지 해안의 타바르카 섬에서 산호 채취를 하며 살던 제노바 출신 상인과 어부들이었다.
1741년 오스만 제국의 군대가 그들의 섬을 침략하자 많은 주민이 포로가 되거나 뿔뿔이 흩어졌다. 이후 스페인 국왕이 피난민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준 곳이 바로 이곳인 “평평한 섬(La Isla Plana)”이었다. 사람들은 고향의 이름을 따서 “새로운 타바르카”, 즉 누에바 타바르카라 불렀다.
군 공병들이 계몽주의 시대의 이상에 따라 설계한 섬의 도심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바둑판처럼 정연한 도로망, 요새화된 성벽, 중앙 광장과 성 베드로·성 바울 교회 등은 당시의 도시계획 흔적을 보여준다. 알리칸테의 현대적 고층 건물이 지평선 너머로 보이지만, 타바르카 안에서는 세기가 다른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1986년, 이 섬은 스페인 최초의 해양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주변 해역은 포시도니아 해초와 다양한 해양 생물로 가득한 지중해 생태계의 보고로 평가받는다. 섬의 3분의 2는 여전히 개발되지 않았으며, 여름이 아니면 마치 세상에서 고립된 듯한 평온함이 감돈다.
하지만 타바르카의 삶은 낭만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현재 이곳에는 약 50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은 관광업이나 어업에 종사한다.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철엔 하루 방문객이 6,000명에 이르지만, 겨울에는 페리 운항이 줄고 식당과 상점이 문을 닫으며 섬 전체가 정적에 잠긴다. 주민들은 “관광객이 문제라기보다, 기본적인 교통과 공공 서비스의 부족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본토로 나가기 어려워 병원 진료를 포기하거나, 생필품을 구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섬 주민 협회는 본토 주민과 동등한 교통 할인과 공공 인프라 보장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타바르카는 지중해에서 점점 보기 드물어진 “인간의 크기에 맞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알리칸테 시는 섬의 건축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켜, 신규 건축을 금지하고 기존 건물의 외관을 보존하기로 했다. 이는 관광개발보다 섬의 정체성과 경관을 지키겠다는 결단으로 해석된다. 또, 관광객 수를 전자티켓으로 관리하고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정박 규제 강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누에바 타바르카는 오늘날 ‘보존과 관광의 균형’이라는 지중해의 오랜 과제를 상징하는 섬이 되었다. 여름엔 활기로, 겨울엔 고요로, 늘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이 섬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닌 “시간이 머무는 공간”이다. 알리칸테의 화려한 도시와는 달리 타바르카는 여전히 바다와 하늘, 인간의 삶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지중해의 본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매력은 화려한 리조트도 유명한 파티 문화도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바닷가 벤치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파도에 실려 오는 오래된 이야기 하나를 조용히 듣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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