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앤드루 왕자가 결국 왕실 작위와 영예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요크 공작 칭호를 포함한 모든 공식적 왕실 명칭의 사용을 중단하기로 한 이번 조치는 오랜 기간 이어진 스캔들과 논란 속에서 왕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단호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다만 그는 여전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들이자 출생으로 부여된 ‘왕자(Prince)’ 직함은 유지할 예정이다.
앤드루 왕자는 17일(현지 시각) 버킹엄궁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국왕과 가까운 가족들과 충분히 논의한 끝에, 저에 대한 지속적인 비난이 왕실의 공적 활동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제 칭호와 영예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왕실 측은 이번 결정이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앤드루 왕자를 둘러싼 일련의 스캔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성범죄자로 악명 높은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오랜 친분 관계로 인해 이미 대중의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버지니아 지우프레가 제기한 소송에서 자신이 미성년자였던 시절 앤드루 왕자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그의 명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앤드루는 이러한 주장을 일관되게 부인했지만, 사건의 여파로 2019년 공직에서 물러났고, 2022년에는 법정 밖 합의에 도달했다.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방어하려던 시도 역시 역효과를 낳았다. 인터뷰에서 그는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유감스럽다”고 표현하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나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군 복무 직함과 여러 자선 단체의 후원자 자리에서도 물러나야 했다.
최근에는 또 다른 논란이 그를 괴롭혔다. 중국 국적의 사업가 양텡보(Yang Tengbo)와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외교적 이해관계’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양텡보는 영국 정부에 의해 입국이 금지된 인물이지만, 한때 앤드루 왕자를 대신해 중국 투자자들과의 미팅을 주선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영국 당국은 두 사람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으며, 양텡보는 불법 행위를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은 이미 엡스타인 사태로 신뢰를 잃은 앤드루에게 또 하나의 타격으로 작용했다.
이번 결정은 왕실 내부에서도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국왕과 윌리엄 왕세자 등 핵심 구성원들은 앤드루의 작위 유지가 더 이상 왕실의 공적 이미지를 지탱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앤드루의 전처 사라 퍼거슨 역시 ‘요크 공작부인’이라는 칭호를 잃게 되며, 이제 단순히 ‘사라 퍼거슨’으로 불리게 된다. 다만 두 사람의 딸인 베아트리스 공주와 유제니 공주의 작위에는 변화가 없다.
왕실 소식통은 앤드루 왕자가 앞으로 왕실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크리스마스와 같은 가족 중심의 공식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며, 윈저의 로열 로지에 개인 임대 계약을 유지한 채 은둔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들은 이번 결정을 두고 “왕실이 명예를 지키기 위한 고통스러운 수술”이라고 평가한다. 작위 박탈이 법적 절차를 필요로 하는 만큼, 앤드루가 스스로 사용을 포기한 것은 사실상 ‘자발적 퇴출’로 해석된다. 이는 왕실이 스스로의 도덕적 기준을 지키기 위해 내부 정화를 단행한 상징적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앤드루 왕자의 이름은 여전히 ‘왕자’로 남지만, 그가 다시 공적인 자리로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오랜 기간 이어진 스캔들과 불신, 그리고 이번 결정으로, 그는 영국 왕실 역사에서 가장 논란 많은 인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발표는 단순히 한 인물의 퇴장을 넘어, 왕실이 시대의 도덕적 기준과 대중의 요구에 맞춰 스스로 변화를 택했다는 신호로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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