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 여성과 소녀들의 삶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간한 Climate Counts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충격은 특히 저소득 지역의 여성과 소녀에게 불균등하게 영향을 미치며 기존의 성 불평등을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후 위기가 더 이상 환경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교육·빈곤·건강 등 사회 전반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 충격 땐 ‘가장 먼저 학교를 떠나는 사람’… 소녀들
가뭄, 홍수, 폭염 등 기후 재난이 발생하면 생활 기반이 흔들린 가정에서는 생존을 위해 자원을 재분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녀들의 교육은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물과 연료 수집, 가사 노동, 가족 돌봄 등의 역할이 여성과 소녀에게 집중된 지역사회에서는 기후 충격이 곧 교육 중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UNDP는 이미 수백만 명의 소녀들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12년간의 정규 교육을 마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 단절은 단기적인 학업 중단에 그치지 않는다. 소득 기회 축소, 건강 악화, 사회 참여 저하 등 장기적 불평등이 이어지는 만큼 국제기구들은 이를 “세대적 위험”으로 규정하고 있다.
2050년 여성 빈곤층 증가폭, 남성보다 1,600만 명 더 많아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불러올 경제적 충격이 여성에게 더 가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0년까지 최대 1억 5,800만 명의 여성과 소녀가 기후 변화로 인해 새롭게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같은 기간 빈곤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남성과 소년보다 1,600만 명 더 많은 수치다.
식량 불안정 위험도 여성에게 더욱 높게 나타난다. 농업 기반이 취약한 국가와 분쟁·재난 지역에서는 이미 여성의 영양·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있으며, 보고서에서는 기후 변화가 이 격차를 빠른 속도로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정책, 탄소만 볼 게 아니라 사람을 봐야… 성평등 고려 요구 커져
전문가들은 기후 대응에서 성평등 관점이 누락될 경우 실질적인 회복력(resilience)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재 많은 국가의 기후 정책이 탄소 감축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기후 재난의 사회적 영향을 완충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UNDP는 각국이 기후 대응 계획에 젠더 분석을 포함하고, 교육·돌봄 체계·사회보호 등 여성의 취약성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전환, 녹색 일자리 확대 등 기후 대응 조치가 여성의 노동권과 교육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계되지 않을 경우 기후 변화가 오히려 성별 격차를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녀의 12년 교육 보장 없이는 지속가능성도 없다
기후 변화로 인해 소녀들의 학업 중단이 늘어나면 이는 곧 사회의 미래 역량과 지속가능성 약화로 이어진다. 국제기구들은 “모든 아이, 특히 소녀가 12년간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기후 위기 시대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한다.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불평등의 파고가 점점 높아지면서 단순한 환경 대책을 넘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포괄적 기후 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후 위기를 ‘탄소의 문제’를 넘어 ‘사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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