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 눈, 극지방, 실내 경기… ‘겨울 없는 올림픽’의 시대가 올까
불과 25년 뒤면 세계 곳곳의 상당수 지역은 더 이상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기에 충분히 춥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눈과 추위가 사라지면서 동계 올림픽은 단순한 개최 위기를 넘어 존재 방식 자체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의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제시 디긴스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종목을 ‘고통의 동굴’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극한의 체력 소모보다 그녀를 더 두렵게 하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기후 변화가 겨울 스포츠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폭우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고 하루아침에 시즌 일정이 뒤집히는 상황을 직접 겪었다며 “이제는 인공 눈 없이는 국제 대회를 치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며 동계 스포츠가 더 이상 자연의 계절 위에 서 있지 않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따뜻해진 겨울, 줄어드는 선택지
기후 연구 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역대 동계 올림픽 개최 도시들의 2월 평균 기온은 약 2.7도 상승했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의 중심지인 코르티나 담페초 역시 1956년 이후 70년 동안 2월 기온이 3.6도 상승했다.
이로 인해 눈은 점점 얇고 습해지고 비가 내리는 겨울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경기력 저하뿐 아니라 선수 안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발생한 높은 사고율과 부상률은 따뜻해진 겨울이 스포츠 환경을 얼마나 불안정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워털루대학교 연구진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2050년대가 되면 동계 올림픽을 안정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 약 52곳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패럴림픽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 암울해진다. 기후 변화가 지금처럼 진행될 경우 안정적인 개최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눈 손실 절벽’과 인공 눈의 일상화
과학자들은 눈 감소가 서서히 진행되다가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급격히 붕괴되는 ‘눈 손실 절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 8도 안팎으로 올라가는 순간 눈은 더 이상 안정적으로 쌓이지 못한다.
이로 인해 동계 올림픽은 점점 자연설이 아닌 인공 환경에 의존하게 되고 있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거의 전적으로 인공 눈으로 치러졌고 2026년 대회 역시 수백만 세제곱미터의 인공 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공 눈 역시 만능은 아니다. 낮은 기온과 건조한 공기가 필요하며 막대한 물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 눈이 동계 올림픽을 연장시키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미래의 동계 올림픽은 더 이상 ‘겨울’이 아닐 수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동계 올림픽의 미래 모습에 대한 불안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동계 올림픽은 자연설이 풍부한 극지방이나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혹은 완전히 인공적으로 눈을 조성한 실내 경기장 중심의 대회로 바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 종목은 이미 실내화가 진행 중이다. 스케이팅, 하키, 컬링은 오래전부터 실내 링크로 옮겨졌고, 앞으로는 스키와 스노보드마저 거대한 돔 형태의 실내 시설에서 치러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게 된다면, 동계 올림픽은 더 이상 계절과 자연을 상징하는 행사가 아니라 기술과 자본에 의해 유지되는 ‘인공 겨울 스포츠 박람회’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올림픽이 묻는 질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 도시가 모든 경기를 개최하지 않아도 되는 분산 개최, 일정 조정, 환경 기준 강화 등 ‘유연한 올림픽’ 모델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동계 올림픽의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수문학자 카르멘 데 종 교수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후 변화가 올림픽을 위협하는지를 묻기 전에 올림픽이 기후 변화 속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것은 올림픽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동계 올림픽이 겪는 위기는 더 큰 문제의 일부라고 강조한다. 눈은 인류에게 물을 저장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눈의 감소는 스포츠 이벤트의 위기를 넘어 수십억 명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머지않은 미래에동계 올림픽은 더 이상 자연의 계절 위에서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가 보게 될 것은 눈 위의 경기일까? 아니면 인간이 만들어낸 마지막 ‘겨울의 모형’일까? 이러한 질문의 답은 인류가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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