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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27개 회원국을 위한 28번째 체제... 혁신기업을 겨냥한 새 EU 기업법 프레임워크의 기회와 쟁점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5.11.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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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27개 회원국을 위한 28번째 체제 보고서 표지[사진=IIEA+Future Proofing Europe, 그래픽=ESG코리아뉴스]

 

유럽연합(EU)이 혁신 기업을 위한 새로운 법적 프레임워크인 이른바 ‘제28차(28th) 체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유럽 단일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스타트업과 스케일업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 보다 쉽게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시도로 2026년 1분기 공식 입법 제안이 예고되어 있다.


현재 EU에는 27개 회원국의 상이 한 기업법 체계가 존재하며 이는 혁신기업이 국가 간 사업을 확장할 때 커다란 규제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드라기 보고서와 엔리코 레타의 「시장 그 이상의 보고서(Much More Than a Market)」는 이러한 단편화된 구조가 유럽 경쟁력의 주요 약점임을 지적하며, 이를 통합할 새로운 단일 법률 체계를 제안했다. 특히 레타 보고서는 제28차 체제를 ‘더 통합된 단일 시장으로 가는 혁신적 단계’로 평가하며 이를 통해 유럽이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28차 체제의 핵심은 EU 차원에서 통일된 법적 지위를 기업이 ‘선택적으로’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회원국별 규제를 따르지 않고 EU 공통 규칙에 따라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새로운 법적 형태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설립 절차와 행정 비용을 줄이고 자본 조달의 불확실성을 완화하며 다양한 국가의 법적 장벽 없이 단일 시장 내에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이 계획은 특히 아일랜드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28차 체제의 실무를 총괄하는 EU 집행위원회 위원이자 전 아일랜드 재무장관인 마이클 맥그래스가 해당 정책을 주도하고 있으며 아일랜드는 2026년 하반기 EU 이사회 의장국을 맡아 회원국 간 조정과 합의 형성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아일랜드 정부는 혁신 주도 성장 전략과 연계해 이번 체제가 자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아일랜드(Start-Up Ireland) 설립 계획, 혁신 세액공제, 중소기업 행정 절차 간소화 등이 제28차 체제의 목표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제28차 체제는 법적·정치적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적용 범위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의회는 ▲혁신 기업으로 한정하는 ‘좁은 접근’, ▲모든 기업에 개방하는 ‘수평적 접근’, ▲두 가지를 결합한 ‘모듈식 접근’ 등 세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스타트업과 스케일업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모델이 가장 유력하다. 또한 상법 외에도 노동법, 세법, 파산법을 포함할지 여부가 민감한 쟁점이다. 각국의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노동권 약화나 세제 왜곡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법적 측면에서의 논란도 크다. 새로운 체제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어느 기관이 담당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아직 없다. 일부 회원국은 전문국가법원 설립을 원하고 일부는 EU 차원의 전담 재판소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의 경우 과거 CETA 협정 관련 헌법 판결(Costello v. Government of Ireland, 2022)에서처럼 사법 주권 침해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통합특허법원(UPC) 참여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아일랜드 내 헌법 개정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법률적 측면에서도 복잡성이 크다. 이번 제안은 「유럽연합 기능조약(TFEU)」 제50조(설립의 자유)와 제114조(단일 시장 조화조치)를 근거로 하며, 이는 제28차 체제가 ‘규정(regulation)’이 아닌 ‘지침(directive)’ 형태로 제시될 가능성을 높인다. 지침 형태로 제시될 경우 회원국이 자국의 상황에 맞게 시행할 재량권을 갖게 되지만 반대로 단일 시장 전반의 법적 통일성은 약화될 수 있다.


과거에도 유럽 집행위원회는 유사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2008년 제안된 ‘유럽 민간회사(Societas Privata Europaea)’ 제도는 행정적 부담을 줄이려 했으나 근로자 권리와 과세 문제로 회원국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해 2014년 폐기된 바 있다. 이번 제28차 체제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적 설득력과 현실적 조정 능력이 필요하다.


결국 제28차 체제는 유럽 경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야심 찬 실험이다. 단일 시장의 구조적 파편화를 줄이고 혁신 기업이 보다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법적 복잡성과 정치적 민감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협의와 단계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아일랜드는 2026년 의장국 임기를 통해 회원국 간 합의를 도출하고 유럽의 혁신 생태계가 실질적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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