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베렘(Belém)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개막했다. 세계 190여 개국 대표단이 아마존의 관문 도시로 모여들며 지구 기후 위기의 방향을 가를 중대한 협상이 시작됐다. 이번 회의는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행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으로 평가된다.
베렘이라는 장소는 그 상징성만으로도 세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 탄소순환의 핵심축이자 기후 변화의 가장 중요한 방어막이다. 이곳에서 COP가 열리는 것은 “숲을 지키는 것이 곧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상징과 논란이 교차하는 COP30
브라질 정부는 이번 회의를 “아마존 COP”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순탄치 않다. 베렘은 대규모 국제회의를 치를 만한 숙박·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호텔 가격이 폭등했고 일부 개발도상국 대표단은 사실상 참여가 제한되는 상황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브라질 정부가 COP 개최를 앞두고 아마존강 하구 인근에서의 석유 탐사 승인을 강행하면서 “기후 리더십을 자처하면서 뒤로는 화석연료 개발을 확대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나는 환경 리더가 되겠다고 한 적이 없다. 브라질이 당장 석유를 포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쟁점, 기후금융과 화석연료
이번 회의의 최전선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후금융, 다른 하나는 화석연료 감축이다.
브라질은 세계 열대우림 보호를 위한 새로운 거대 기금 조성하고 이른바 ‘열대우림 영구기금(TFFF)’을 제안하며 약 1,2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회의 개막 전부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책임 분담 논쟁이 격화됐다.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가”, “역사적 배출 책임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갈등이 다시 정면으로 부딪히는 양상이다.
화석연료 논의 역시 뜨겁다. COP에서 화석연료 감축을 명시한 것은 불과 지난해(2023년 COP28)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세계정세는 역풍을 맞고 있다. 각국이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석유·가스 개발을 확대하는 가운데, 실제로 ‘화석연료 감축’이라는 문구가 어떤 형태로 최종 합의문에 포함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기후 정의의 중심에 선 원주민
아마존에 COP가 열린다는 점은 원주민의 역할과 권리를 새롭게 조명하게 했다.
그러나 COP30 준비 과정에서 원주민 공동체는 충분히 배제됐다고 주장하며 일부 시위대가 회의장 경계선을 돌파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들은 “아마존을 지키는 주체는 우리인데, 결정 과정에서는 소외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질 정부는 원주민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질적 권한 부여와 토지 권리 인정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1.5℃ 목표, 이미 넘겼지만…지금이 마지막 기회
UN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가 단기적으로는 1.5℃ 목표 달성을 사실상 놓쳤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정책 흐름대로라면 지구는 약 2.8℃ 상승을 향해 가고 있다. 각국이 신규 약속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2.3~2.5℃ 상승이 예상된다.
이는 산호초 붕괴, 극지방 빙상 붕괴 등 주요 ‘티핑 포인트’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 1.5℃를 일시적으로 넘기더라도, 장기적으로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전례 없는 규모의 탄소 제거 기술, 대규모 에너지 전환, 전 세계적 행동 변화 모두가 동시에 필요하다.
미국의 부재가 던지는 그림자
세계 최대 역사적 탄소배출국인 미국은 이번 회의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후 회의에서 미국의 존재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협정 탈퇴와 회의 비협조적 태도로 이미 국제적 불신을 키웠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의 부재가 합의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 우려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최근 국제 협상을 방해해온 미국이 오히려 빠지면 대화를 진전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COP 협상은 모든 당사국의 전원 합의가 필요하다는 특성 때문에 종종 합의 도출이 지연되며 올해 역시 결론이 하루 이상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종 합의문에는 2030~2040년 행동 로드맵, 기후 금융의 규모와 이행 계획, 산림 보호와 자연 복원 체계, 적응(adaptation) 전략의 강화, 그리고 화석연료 감축 또는 전환을 어떻게 표현할지와 같은 핵심 요소들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첨예한 논쟁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기후 재원 문제와 에너지 전환, 즉 ‘돈과 에너지’를 둘러싸고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회의장의 긴장감과 별개로 실제 세계 에너지 시스템에서는 중요한 전환점이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석탄을 추월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의 폭발적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
이 변화는 COP30의 협상 결과와 무관하게, 에너지 전환이 이미 시장과 기술에 의해 가속되고 있다는 신호다.
COP30은 기후 위기 대응 역사에서 결정적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아마존이라는 ‘지구의 허파’에서 세계가 모여 기후 행동의 실천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다.
그러나 화석연료 개발 확대, 기후 금융 부족, 원주민 권리 갈등 등 수많은 모순 역시 동시에 드러났다.
이번 회의가 “약속을 또 한 번 미루는 자리”로 끝날지, 아니면 지구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 전환점이 될지는 앞으로 열흘간의 협상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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